사회적경제주체 네트워크는 왜 중요한가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 사회적관계망을 넓고 두텁게

사회적자원 시작은 사회적경제 당사자 네트워크 상호작용부터 시작

당사자 조직들의 소통과 자기 개혁부터 그리고, 사업연합으로 발전 전망을 꿈꿔야

 

최근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이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과 주체 네트워크 형성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수익창출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운동에 있어서 핵심 주체라고 할 수 있고,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논의구조 속에서 지역사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설립 목적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재무적으로 취약하고 불안정한 구조에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정부지원 등의 외부적 지원이다. 그리고 그 지원의 양과 질, 직접적 지원과 간접적 환경조성의 우선순위이다. 사회적경제 운동이 막 시작되었던 시기에는 정부의 인건비, 사업비, 공공구매 등과 같이 직접적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정부 의존을 벗어난 자립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  ​장기적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의 주장이고 다수의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이해진 2019,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2017, 제3차 사회적기업육성기본계획 2018 등)

국내외 연구결과 :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네트워크 필요성 두각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인들은 무엇일까? 사회적기업이 제도화되고 난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해진(2019)은 사회적경 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조건들과 네트워크의 효과를 분석한 다중회귀분석결과‘시민사회단체와 연계협력을 경험할수록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 이해진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 조건으로 네트워크에 기초한 연대와 협력의 영향력을 실증적인 분석하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경제조직과 관련된 네트워크, 생태계 그리고 관계망에 주는 함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결과는 유럽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연구소(Euricse) 지안루카살바토리(2017) 대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크게 6가지 주요한 원칙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작은 △ 시민사회의 깨어 있는 의식속에서 사회적경제 운동이 시작되고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다양한 지원(인프라와 금융 등)이 활성화 되며 △ 외부적 지원 체계가 갖춰지면서 사회적경제 조직 내부의 자기개혁과 상호작용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 △국가와 EU 정책들 규범화되고 다시 시민사회로 환류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의 자기 개혁과 조직적 소통과 상호작용이 ‘혁신’의 수준으로 진행되었을 때 건강한 사회적경제 조직과 제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안루카살바토리 대표는 특히 “새로운 조직들은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고, 사업수완이 빈곤하고 기술이 부족해 여러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규모 확장성도 낮고 2차 조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요. 사회적경제조직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공재정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졌고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라고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의 역할을 강조했다.

(http://www.s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

[그림1]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요소들

※ 출처 : 제8차 ILO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 발제 중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사회혁신 ‘지안루카살바토리’ 유럽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연구소(Euricse) 대표 발제문(2017.6

사회적경제 당사자 네트워크(연맹)의 사례

​대표적인 협동조합 국가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트렌토 지역에도 당사자들의 연합회와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모든 것이 열악하고 살기 힘들었던 산간지역인 트렌토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자립을 위해 트렌토 사람들은 독일의 라이파이젠 신협운동, 그리고 영국 로치데일의 경험을 연구하면서 생협과 신협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아 약 170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2만 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협동조합 중심의 경제를 기반으로 현재 트렌토는 재정자립도가 100%의 안정적인 도시가 되었다. (https://www.cooperazionetrentina.it/)

이 흐름의 중심에는 1895년에 탄생한 ‘트렌토 협동조합연맹(Federazione Trentina della Cooperazione)’이 있다. 트렌토의 개별협동조합들은 규모가 매우 작다. 그러나 조직력과 단결력이 좋고, 단일 연맹 안에 모두 소속되어 있으며, 지역사회와 깊은 연관관계를 가진다.  2010년 현재, 547개. 조합원 수는 23만5000명에 이른다. 그중 5400명이 협동조합의 임원으로 일하고, 전체 고용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한다.

​  ​연맹체인 트렌토협동조합연맹(Federazione Trentina della Cooperazione)은 소속 협동조합의 경영상태를 파악하고, 협동조합 정신에 맞게 운영되는지 감사하는 일을 주요하게 진행한다. 연맹은 모든 조합의 이윤 3%를 모아 협동조합 발전기금을 위한 펀드를 만들고, 새로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협동조합에 빌려주는 데 쓰고 있다. 이 덕분에 트렌토 지역은 이탈리아 평균보다 실업률이 5%포인트 이상 낮고 1인당 국민소득이 3000유로 이상이다.

트렌토는 개별 협동조합은 작지만 이 작은 협동조합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한다. 네트워크의 성장을 통해 각 네트워크에 소속된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 (2013년 7월 충남발전연구원 국제컨퍼런스 중 발제 내용_ 사회투자지원재단 뉴스레터(http://blog.daum.net/kfsim/8462974)

당사자들의 네트워크로 대표할 수 있는 한가지 사례는 캐나다 퀘백의 샹티에(chantier)에서도 찾을 수 있다. 샹티에는 퀘벡의 사회경제적 연합체로 1995년에 설립됐다.

사회적경제 주체 간의 네트워크 조직을 돕기 위한 “네트워크를 위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일자리창출과 노동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지역 주민간의 끈끈한 공동체조직이다.

​  ​샹티에의 주요 업무는 ▲홍보 ▲사업계획 ▲미개척 분야의 시장 개척 ▲당사자들 간의 협력 관계 구축 등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에 따른 발전 전략을 수립하여 관공서가 시행하도록 촉구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일부만이 참여하는 것보다는 거의 모두가 참여하면서 지역 주민이 갖고 있는 역량 모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는 점에 있어서 이들의 자긍심이 대단하다.(Gesf 2013년 포럼 중)

2012년부터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트렌토, 캐나다 퀘벡의 사례는 한국사회에도 많은 영향력을 줬으며, 지역 및 광역단위에서 사회적경제 부문별 협의회와 당사자 네트워크 등이 설립되고 있으나 그 길이 쉽지 만은 않은 듯하다. 초창기 서울,경기를 비롯하여 수도권의 경우 다수의 네트워크가 내부의 자율성과 자발성에 의해서라기 보다 중간지원조직을 지자체로부터 위탁받기 위해 급히 결성된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내부와 현장으로 부터의 욕구가 아닌 몇몇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소수의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네트워크를 희망하는가?

그래서 다시 한번 당사자 네트워크에 대한 의미와 역할을 조망해 보고자 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왜 네트워크로 뭉쳐야 하는 걸까?

지난 2020년11월에 진행한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임직원 워크숍때 던진 질문이다.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는 왜 필요한가? 우리는 이 연대조직을 왜 운영하려 하는가?

△ 상호 연대와 호혜를 기반으로 한 지지기반 네트워크

△ 현장의 목소리를 왜곡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창구

△ 우리들의 필요를 가장 잘 설명하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 네트워크’

△ 지자체와 협력적 파트너십을 갖기 위해서도 연대조직은 필요

△ 초창기 조직들에게는 선배 조직으로서 많은 정보와 도움

△ 상호거래와 서로 돌봄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동료, 동력

△ 네트워크 구성원이라는 것 만으로도 사회적 가치가 높고 공공성이 상향되는 의미

앞에서 설명한 해외의 유수한 역사를 가진 연합조직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소박할 정도로 네트워크에 기대하는 내용은 담담했다.

그러나 그들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네트워크 구성원들간의 상호 소통과 협력, 그리고 서로 간에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는 바로 그 지점부터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노원의 경우 2011년부터 지역기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당사자들의 모임이 선행되었고, 약 1년의 논의과정 중에 노원구청과 사회투자지원재단과 MOU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주체들은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을 만큼 긴 시간이었지만, 당사자들의 사전 합의와 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서울시와 지자체의 사업파트너로서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공동의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사진] 천안 사회적경제 연대조직 전략수립 포럼

 

이와 같은 사례는 천안사회경제연대(천사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천안사회경제연대의 경우도 사회적기업 중심의 천안사회적기업네트워크(천사넷)에서 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및 비영리조직 등 다른 유사조직들과의 통합과정에서 조직을 해체하고 다시 설립할 정도의 큰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핵심 주체들과 다시 공부하고 공동의 목표를 선정하는데 합의해가는 과정을 갖고 있다. 기존에 천사넷이라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천사넷을 그대로 둔채 후발주자들이 통합되는 과정으로 갈수도 있었지만, 천사연 구성원들은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소통하고 합의하는 시간에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천사넷을 건강하게 해체하고 재창립의 과정을 가졌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노원과 천안의 사례는 사회적경제 민간 네트워크는 모여서 창립총회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립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 운영에 대한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책임이 동반되어야 하며, 민주적 논의구조가 선행되었을 때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길은 쉽지만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은 이번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함께 진행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중장기전략수립을 위한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경제 조직 리더들이 네트워크에 거는 기대는 엄청나거나 대단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확인되고 전제되어야 하는 지점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20년 7월부터 충남 당진, 공주지역 네트워크 대표들과 지역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중장기 전략수립을 하자는 목표로 공동워크숍을 시작했다. 전략 수립을 하기 위해 모인 네트워크 임원들은 ‘우리가 바라는 네트워크의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부터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각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과정에 이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상황도 발생했다.

앞의 논의로 다시 돌아가면, 최근 왜 당사자조직, 시민사회네트워크 등 민간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적경제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민간네트워크와 당자자조직의 참여가 단일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해진 2019)

그렇다면 당사자 네트워크가 사회적자본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성격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김용학(2003)은 사회적자원의 주요한 원칙으로 세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는 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취약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담긴 상호 신뢰이다. 두 번째는 구성원들 간의 호혜성을 기반한 자체규범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소속감에 기반 한 관계망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초 단위 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법인 혹은 회원사를 모으는데 급급했지 사회적자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관계망과 신뢰를 만드는 데는 아직 소홀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수 많은 네트워크가 만들어 졌지만 그런 관계망이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사회적자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충남 당진, 공지주역 네트워크는 이런 관계망 회복이 먼저 필요했고 천안과 노원이 그랬듯이 우리가 왜 네트워크 활동을 하려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네트워크 회원들간의 상호 소통과 정보공유를 통해 상호간의 신뢰가 쌓이고 우리 각 단체들이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사회적가치를 충실했을 때 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는 시간이었다.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워크숍 진행 프로세스>  

 

 

 

 

 

 

이번에 함께한 충남 당진, 충남 공주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4개월간 진행한 연구기간과 4~5차례 계속된 워크숍을 통해 크고작은 결실을 얻게 되었다. 작게는 구성원들 간에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이상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운영방향에 대해 합의한 것부터, 개점휴업이었던 네트워크를 다시 되살리면서 재창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처음부터 대단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더하면서 공동의 과업을 향해 공공성과 사회성을 잃지 않고 한걸음씩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는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서로 알아야 하고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와 믿음이 쌓이고 서로간의 필요가 생길 때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씩 더해 나갈 때 사회적경제는 현장에서 지속가능해 질 것이라 믿는다.

< 참고문헌 >

  • 사회적경제활성화방안(2017) 일자리위원회 관계부처 합동
  • 제3차사회적기업육성기본계획(2018.11), 관계부처 합동           
  • 김용학(2003), “사회 연결망 이론”박영사,          
  • 김유숙, 신효영, 신난희,(2020)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시.군 의제발굴 및 중장기전략수립”사회투자지원재단,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이해진 (2019).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협력 네트워크 조직의 관계 :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와 정책연구」, 제9권 제1호, pp.57-89.
  • 박대호 (2015) “충북의 사회적경제와 지역네트워크형성”「사회적기업과 정책연구」pp1-60
  • 지안루카 살바토리(Gianluca Salvatori), 「제8차 ILO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 발제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사회혁신’ 섹션 中),
  • 충남발전연구원(2013)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 ‘이탈리아 트렌토 사례’
  • GSEF 2013년 국제포럼 자료

댓글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