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업가를 위한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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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소장)

1. 사회적경제 교육의 현주소

지난 십 수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빠르게 증가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을 비롯한 각종 지원 법제를 정부가 열심히 만들고 운영해온 덕이다.

​사회적경제를 육성 ․ 지원하는 정책 가운데는 사회적경제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도 포함돼 있다.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이 ‘사회적경제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전문경영인’을 길러내는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문재인 정부 역시, 인력양성 체계 강화를 목표의 하나로 내걸고 있다.

2017년 10월, 청와대 일자리위원회 및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문건(「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도 “사회적경제 리더/전문가 양성을 위해 대학 내 사회적기업 리더 과정 및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현장에서 사회적경제 기업을 직접 경영할 인재들을 많이 길러내겠다는 것이니 전혀 나쁠 게 없다. 아니, 쌍수를 들어 환영해마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문건에 담긴 목표들은 지난 몇 년 간 세상에 회자되던 정부정책의 레토릭(rhetoric)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탓에, 오히려 ‘기존 사회적경제 교육체계에 변혁이 일어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 문제는 기존의 교육 체계와 방식이 확실한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덮어놓고 기존 시스템을 강화하고 확장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관성처럼 해오던 방식에 근본적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 살피고 따져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간혹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같은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로부터 긍정적 반응 못지않게 실망과 낭패감이 깃든 소감을 듣는 경우가 많다. 2년 전의 한 설문조사(복수응답 가능)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사회적경제 교육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이유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신대학교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한 “동북4구 산·학·관 연계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사업모델 개발 및 시범운영”(2015)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회적경제 종사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임.

첫째, ‘입문 수준의, 전문성이 부족한 강의였기 때문’(59%),

​둘째, ①‘지식 전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이어서 참여와 실습이 부족했기 때문’(41%), ②‘강의 내용이 소속 업종과 연관성이 낮아서’(41%),

​셋째, ‘강의 내용이 사회적경제에 적합하지 않아서’(35%),

​넷째, ‘강의 내용이 직무/담당업무와 연관성이 낮아서’(29%) 등의 순서였다.

​요컨대, 기대했던 학습은 눈앞의 사회적경제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었는데, 정작 교육 내용은 이와 동떨어진 것이어서 불만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응답자들의 의견에서 간추려보면, 교육 내용 및 수준의 미스매치(mismatch), 강의식 학습방식과 그로 인한 비실용적 지식 전달의 문제점 등이다.

 

2. 결국은 교육철학의 문제

난생 처음 협동조합을 알게 된 초보자가 아니라면, 대개의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임원 및 실무자 등)이 원하는 공부는 조직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습득하는 교육이다.

그래서 어떤 생협 간부는 나에게 ‘협동조합 경영학’ 같은 걸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의 말뜻을 찬찬히 짚어보면 이런 소망이 담겨 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문제와 고민거리들이 발생하는데 그런 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혹은 공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영리기업이 아니니까 일반경영학 공부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사회적경제로서 협동조합의 특성을 반영한 경영지침서가 있으면 좋겠다.’

아닌 게 아니라 ‘협동조합’과 ‘경영’이란 단어가 동시에 들어간 제목의 책들이 간혹 눈에 띤다. 하지만 경영지침서를 원하는 위의 지인 같은 이들이 보면 매우 실망할 내용들이다. 협동조합의 역사를 비롯해서 협동조합의 일반적 특성을 설명한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그 속에서는 다종다양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구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영리기업의 경우로 눈을 돌려보자. 영리기업의 대표들은 일반경영학 책 속에서 자신의 회사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 지식들을 뽑아낼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다. 경영학 교과서가, 전혀 안 읽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렇다고 기업 경영에 수반되는 잡다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만약 기업의 총수 자리를 모두 경영학 교수 출신들이 맡는다면 과연 그 기업들은 100% 성공하고 번창할까’를 상상해보면 결론은 명확해진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게 뻔하므로 소위 경영학 교과서의 지식이 기업의 성공적 경영을 위한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만 나온 현대그룹의 고(故) 정주영 회장한테 책에서 배운 경영학 지식이 있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핀란드의 파르타넨(J. Partanen)교수가 ‘티미아카테미아’(Tiimiakatemia)라는 새로운 학습법을 창안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였다. 대학 경영학부에서 20여 년 간 강의를 해온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중요하다고 그토록 강조했던 지식을 학생들이 여전히 모르고 있거나, 혹은 자신이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는 지식을 학생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자기 교수법에 관해 회의에 빠졌다. 또한 소크라테스 시대의 노예들이 글을 못 읽으면서도 피타고라스 정리를 터득하고 있었던 것, 소크라테스가 상대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깨닫게 하는 산파술을 발명했음에도 주목했다.

1993년 마침내 파르타넨 교수는 가르치는 자(teacher)가 주도하는 전통적 교수법을 폐기하고 학습자를 능동적 주체로 세우는 새로운 학습모델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오직 그만의 발명품은 아니었다. 이미 교육학의 일각에서는 ‘지식은 타인으로부터 전수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생성하고 구성하는 것’이며 ‘배움은 각 개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 해결을 위한 규칙 찾기의 과정으로서 규칙에 대한 민감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는 구성주의 이론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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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페다고지’ 학습공동체의 개발과 운영

사회투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은 기존의 사회적경제 교육과정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대안적 학습 모델이 될 만한 것들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학습자가 주체가 되는 교육 이론 내지 프로그램들은 이미 교육학 ․ 경영학 등에서 다양한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티미아카테미아’(영어 표현으로는 Team Academy) 외에도 액션러닝(Action Learning), 코칭(Coaching),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매우 유사한 철학과 이론에 근거해 있었다.

재단은 대안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이상의 철학과 이론들을 비교분석 ․ 종합하고 새로운 교육 모델의 기둥이 될 만한 몇 가지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지식은 타인에게서 전수되는 게 아니라 학습자 안에서 형성되고 창조되는 것이다. 지식은 학습자 개인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스스로 발견하고 적용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것이다.

2) 학습의 과정은 철저히 학습자 중심이어야 하고, 교사(tutors)는 지식을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학습 과정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자이다. 학습은 자기주도적(self-directed)이어야 하는데,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고립된 상태로 혼자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학습자가 독자적으로, 또는 동료들과 함께, 학습의 이슈와 과정을 만들어내는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3) 어떤 현상을 보는 관점과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에 관한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생각과 견해는 그 자체로서 동일한 가치를 지니며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4) 학습자 개인 간의 서로 다름은 새로운 것을 깨닫고 발견하며 창조할 수 있는 성장의 계기를 제공한다. 팀학습의 주요 기법 가운데 하나인 ‘질문하기’를 통해서 내가 고정관념의 틀을 깰 수 있게 되는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단지성(集團知性)의 힘이 발휘되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에서이다.

5) 내가 학습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해답은 바로 내 안에, 그리고 내가 일하는 현장에 있다. 학습의 목적이 학습자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라 할 때, 타인에 의해 형식화된 지식으로는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눈앞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전문가는 바깥 세계의 어떤 권위자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6) 학습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사유의 과정보다 일상생활의 맥락 속에서 실제의 과제를 다룰 때 효과적이다. 형식화된 지식은 수많은 학습 주제들의 목록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것을 학습자가 풀고자 하는 당면의 문제와 연결시켜 조직하지 않으면 그 목록 형태의 지식들은 막연하고 모호한 정보 조각들의 집합체로 머물러 있다.

이상의 학습 원리 위에서 재단은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이 팀을 이루어 함께 학습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학습공동체 페다고지’라고 명명했다. 『페다고지(pedagogy): 억눌린 자를 위한 교육』의 저자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의 교육관 역시 위의 원리들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재단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페다고지 과정을 실시했다. 2015년 가을부터 전국의 사회적경제 중견활동가 10여명과 함께 준비워크숍을 하고 전체 과정의 진행 주체로서 실행위원회를 구성했다. 페다고지 과정을 비록 재단이 처음 기획하고 발의했지만 실제로 운영하면서 내용을 채워나가는 작업은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활동가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행위원회는 매월 한 번 꼴로 회의를 하면서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표 : 페다고지 실행 결과 개요

구분 2016년 페다고지 2017년 페다고지
참여자(초기 접수자) 18 명 (22 명) 15 명 (17 명)
진행 기간 2016. 3. 18. ~ 12. 10. (9개월) 2017. 4. 26. ~ 12. 2. (8개월)
팀 수 4 팀 4 팀
팀별 주제
  • 조직 전략
  • 지역 재생
  • 지역 네트워크
  • 역량 강화
  • 조직 전략
  •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
  • 조합원 활성화
  • 역량 강화
코치 수 4 명 8 명 (코치 4, 부코치 4)

페다고지의 내용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구성

○ 페다고지 참여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개인 과제의 제목을 정하고, 개인 과제의 주제가 비슷한 참여자들끼리(약 4~6명) 팀을 구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팀은 전체 과정이 끝날 때까지 정기적으로 팀별 모임을 갖고 토론한다.

○ 각 팀마다 한 명 이상의 코치가 배정되어 참여자들의 과제 해결 과정을 돕는다. 코치는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참여자를 지지하고 모임의 원활한 운영을 촉진하는 사람이다.

○ 각 팀의 코치와 지역 활동가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는 페다고지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방법을 개선해나갔다.

2) 모임의 진행

○ 한 달에 한 번(2017년에는 3주에 한 번으로 변경)꼴로 모이는 팀별 모임에서 참여자들은 각자 개인 과제를 설계하고 단계적으로 그것을 해결해 나가면서 그 진행상황을 팀에서 발표한다. 팀의 다른 참여자들은 발표자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다른 발상, 새로운 착안, 오류의 시정 등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팀별 모임과 별도로 전체 과정의 시작, 중간, 종료 시에 전체가 모이는 워크숍을 2박3일 정도의 일정으로 개최한다. 여기서 참여자들은 다른 팀원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유대와 결속을 다진다.

3) 과제

○ 팀별 모임에서 하는 개인 과제와 별개로 참여자들은 하나의 주제를 정해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에세이는 중간워크숍에서 발표되고 토론에 부쳐진다.

○ 실행위원회는 과정을 시작할 때 참여자들에게 사회적경제 추천도서 목록을 제시하고 과정이 끝나기 전까지 적어도 필독서들은 완독하도록 권장한다.

​<그림 > 페다고지 과정의 진행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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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페다고지의 성과와 과제

페다고지가 목적하는 바는 참여자들이 개인 과제의 수행을 통해서 각자의 역량—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다. 재단은 매번 과정의 말미에 참여자들로 하여금 개인 역량의 변화를 지식, 기술, 철학, 인간관계 등으로 나누어 주관적으로 평가하게 하지만, 참여자들의 평가 결과가 뚜렷하게 공통된 경향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과정 중에 자기 노력이 부족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 평가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참여자의 자기 역량 평가 결과만 가지고는 페다고지의 목적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달성되고 있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자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고 만족도 역시 높다. 페다고지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던 점, 좋았던 이유에 관해 참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따뜻한 질문”이 가지는 변화의 힘이다. 참여자들은 자기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계속 질문을 받고 생각한다.

​그 질문은 자신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다준다. 한 참여자가 “따뜻한 질문”이라 표현한 것은 무언가를 추궁하거나 지적하려는 질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주려는 좋은 의도를 담고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 마을카페의 이사회에서는 주방 직원들과의 생각(태도)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그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죠. 교육을 받고 조합원이 되면 우리와 같은 입장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오직 ‘어떻게 그들을 가입시킬까’만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기 (페다고지)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이 묻는 거예요; “왜 그들이 너희 조합에 가입해야 하는 거지?”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어요. 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죠.』(2017년 / 성○○)

질문을 받음으로써 생각의 획기적 변화가 있었다는 증언은 참으로 많은 참여자들에게서 나왔다. 그래서 “제대로 질문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도 했다.

둘째, 역시 질문의 위력이긴 하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참여자들의 표현을 빌면 “페다고지의 교육방식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 “같은 직장의 익숙한 사람들과 있을 때와는 다르게,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힘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있던 곳으로부터 한참 떨어져서 나를 볼 수 있게 한달까, 객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일부 참여자들은 자신의 일하는 태도나 관점이 변했다고도 한다.

『실업자운동, 자활사업을 거쳐서 협동조합, 사회적경제까지 오게 됐는데 …… 페다고지를 하면서 그동안 누가 주인인지를 간과해 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참여 주민들한테 “이런 게 있어요, 가입하세요, 돈을 내세요”, 하는 식으로, 내가 다 준비해서 그들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제도가 있지만 혼자 할 수는 없으니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말하지요. 그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페다고지를 통해서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생겼고 나의 관점이 바뀐 것을 느껴요.』(2016년 / 백○○)

셋째,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개인 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퇴고(推敲)와 수정을 거듭한다.

​과제기술서의 작성은 코치들에 의해서 ‘문제의 현재 상태, 문제가 해결된 후의 이상적인 상태, 그런 상태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필요한 행동과 방법들, 과제 결과물의 구체적인 모습’ 등의 주제로 나누어 논리적 사고를 하도록 안내된다. 질문과 수정의 과정을 반복되면서 참여자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현실적으로 달성가능한 목표와 방법을 찾는 데는 세밀하고 체계적인 사고의 과정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또한 “내가 이 과제를 왜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전에는 실무자로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거 어떡하지?” 하고 막막해 했는데, 페다고지에서 사고를 구조화하는 법을 배운 게 좋았어요. 문제가 해결된 상태를 상정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찾아나가는, 체계적인 사고법이 도움이 됐고 (직장에서) 지금도 써 먹고 있어요.』(2016년 / 박○○)

넷째, 전국 활동가들과 연대의 네트워크가 생겼다는 점이다. 참여자들은 팀별 모임을 통해서 자기와 같은 주제로 고민하는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나고 친해진다. 심지어 자기 지역, 자기 일터에서는 꺼내지 못했던 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다른 팀원들한테서 위로와 동병상련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 전체 워크숍은 이런 관계의 끈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된다. 한 참여자는 “몇 번 안 만난 것 같은데 굉장히 친한 사이가 된 것 같고 우리 팀끼리는 계속 만날 거”라고 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우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참여자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장의 바쁜 일과 속에서 페다고지의 학습을 병행해야 했던 시간 부족의 문제, 책 읽기와 글쓰기 등 과제를 해오는 것이었다. 전반적으로 페다고지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직장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중견활동가들이 거의 일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시간을 내서 자기 학습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참여자들은 학습과 과제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더욱 압박적인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페다고지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첫째, 역량 강화를 위한 자기 학습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개인 과제의 수행만으로는 충분한 역량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페다고지의 목적이 학습인 만큼 자기 학습의 성취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시간 부족이라는 활동가들의 상황과 모순되는 목표일 수 있으나 참여 주체들의 실천의지를 높이는 방안과 함께 현실적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둘째, 집단지성의 효과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맞춤식 학습방식이 보조수단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예컨대, (질문식 팀별 모임의 장점이 있더라도) 어떤 주제는 외부 전문가의 지속적인 자문이나 교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집단지성을 도출하는 것과 별도로 다른 경로의 학습 기회를 연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 활동가 양성을 위한 전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그 안에서 페다고지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가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해서 전문활동가를 양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바, 페다고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재를 교육하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신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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