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여, 2018년 4월 서울시 강북구 번동에서 1호 집이 첫 오픈을 한 터무늬있는집이 3년 차를 넘어 4년 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163명(혹은 단체)의 출자자분들이 약 7억 8천만 원의 시민출자금(2020년 12월 기준)을 모아주셨고, 이를 바탕으로 10호까지 입주를 완료하고 지금은 11호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총 11개 청년단체, 70여 명의 청년이 살고 있는 터무늬있는집은 4년 차를 맞이하여 또 다른 도약을 해야 할 시점에 와있습니다.
‘시민출자 기반 청년주택’이라는 청년 주거문제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시작한 터무늬있는집은 그동안 여러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경제에 기반한 새로운 청년 주거공급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북서울신협과의 협업을 통해 ‘터무늬 있는 소설예금’을 출시하여 시민출자의 안정성을 더했고,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의 협업을 통해 공공의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주택공급 모델인 ‘터무늬 있는 희망아지트’를 만들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나눔과 꿈’ 지원사업을 통해 입주 청년들에게 주거 지원 이외의 다양한 지원 활동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숨 가빴던 지난 3년의 시간을 돌아보고자 2020년 한 해 동안 ‘터무늬있는집 사회가치 성과측정’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연말에 나온 성과측정 연구의 최종 결과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평가하기 위해 ‘2021 터무늬있는집 사회가치 성과보고회 및 총회’를 진행했습니다. 애초에는 출자자분들을 포함해 그동안 터무늬있는집에 애정을 가지고 도움을 주셨던 분들과 함께 모여 잔치와 같은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부득이하게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환해 진행했습니다.
포럼 형식으로 진행한 이번 성과보고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커스 기사에서 지난 1월 21에 진행한 ‘2021 터무늬있는집 사회가치 성과보고회 및 총회’의 스케치를 간단하게 해드리려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터무늬있는집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 청년주택 사회가치 성과측정 결과보고’와 ‘2020년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 연차보고서’를 참조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출자자분들에게는 위 두 책자를 작은 선물과 함께 배송해드릴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터무늬있는집 3년의 성과와 사회가치는 무엇일까?
2020년 4월, 터무늬있는집의 지난 3년간의 활동과 의미를 정리하고, 앞으로 터무늬있는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연구하기 위한 연구팀이 처음으로 꾸려졌습니다. 연구팀에는 터무늬제작소의 실무자 이외에 터무늬있는집에 살고 있는 청년 당사자, 운영위원 그리고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했으며, 사회투자지원재단의 김유숙 상임이사와 터무늬제작소의 김수동 소장이 공동으로 연구책임을 맡았습니다. 사전조사, 문헌조사, 설문조사, 청년 및 출자자 그룹 인터뷰 등의 모임을 매월 진행했고, 연구팀이 모든 자료를 최종 정리하여 12월에 결과보고서를 완성했습니다.
사회가치 성과측정 연구를 통해 터무늬있는집의 3가지 목적과 핵심가치 6개, 그리고 3가지 목적에 부합하는 28개의 지표를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지표에 따라 터무늬있는집 3년의 성과를 측정했으며, 해당 내용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의견
‘2021 터무늬있는집 사회가치 성과보고회 및 총회’는 충무로에 위치한 카페바인에서 발제자들만 모여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김홍일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한 1부 총회에서는 ‘기금 및 사업현황 보고’와 ‘2기 운영위원 출범계획 공유’를 진행했습니다. 2020년을 끝으로 3년의 임기를 마친 1기 운영위원회의 뒤를 이어 올해 2기 운영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합니다. 특별히 2기 운영위원회는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운영위원들의 실무참여를 통한 집단지성 발휘와 시민출자 운동역량 강화를 위해 ‘기획운영분과’와 ‘모금활동분과’로 나누어 활동합니다. 그리고 입주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더 담아내기 위해 청년 입주자 가운데 몇 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2기 운영위원회가 만들어갈 터무늬있는집의 새로운 모습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2부 성과보고회는 터무늬제작소 김수동 소장이 사회가치 성과측정 결과보고서를 요약한 ‘시민출자운동과 터무늬있는집 3년 성과’라는 주제의 발제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15분가량의 발제 후, 좌장인 사회투자지원재단 김유숙 상임이사의 진행 하에 총 6분의 논평자를 모시고 주제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SH서울주택도시공사 빈집BANK처의 정병석 처장은 “버려진 공간인 빈집이 터무늬있는집을 만나면서 청년들의 활동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데 큰 가치가 있다. 터무늬있는집 같은 사업은 보통 기획단계에서 좌초하기 쉬운데, 이를 실행하고 실제 이뤄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북서울신협과 SH공사까지 하나의 파트너십을 맺고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강점”이라며 터무늬있는집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결국은 시민 기금이 많이 모여야 사업이 확장할 수 있는데, 출자운동의 성과가 좀 미흡했던 것 같다”며 향후 출자운동이 더 확장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전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자였던 북서울신용협동조합의 전재홍 전무는 “북서울신협이 터무늬있는집 사업에 참여하면서 신협의 새로운 역할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지역에까지 전파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협업과 연대인데, 여러 주체가 역량을 함께 모아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터무늬있는집의 사업 모델이 앞으로 좋은 사례가 되리라 생각한다. 신협이 금융협동조합으로서의 본래 취지와 역할을 하는데 소셜예금과 소셜론이 큰 역할을 했다.”며 금융협동조합 조직인 신협의 관점에서 바라본 터무늬있는집 사업의 긍정적인 역활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전재홍 전무는 시민출자자들을 직접 만나고, 소셜예금을 운영하며 생각한 몇 가지 이슈도 함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먼저, 소셜예금을 받아 소셜론 형태로 보증금 납부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임대 및 임차기간 불일치 문제를 극복할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출자자 모집이 주로 터무늬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기금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 번째는 다양한 대안금융을 활용한 방안, 보증금을 받지 않는 제도 모색, 신협 자체자금을 보증금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 기금 모금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많이 찾아야 한다 등등 이었습니다.
세 번째 발제자인 사회주택협회의 채준배 조직국장은 사회주택 공급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터무늬있는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공공임대의 비중이 낮고 민간임대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주택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사회주택이 확산하고 있는데, 주로 공공이 소유한 토지를 활용하는 토지임대부 사업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주택 공급이 공급자 관점이 강해 수요자 관점에서 입주자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고,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살아가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사회주택 사업자들도 보증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증금이 들어와야 사업에 들어가는 건축비를 해결할 수 있고, 이후에 천천히 대출금을 갚으면서 사업성을 맞출 수 있다. 만약 사회적 금융이 활성화되고, 사회주택에 대한 신뢰성이 강화된다면 임차인에게 무리하게 보증금 부담을 지우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며 앞으로 터무늬있는집과 사회주택이 더 결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네 번째 발제자는 터무늬있는집의 시민출자자이자 감정평가사로 일하고 있는 조정흔 출자자였습니다. “생협 같은 경우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생산지 탐방활동 참여기회 등 조합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분명한데, 이처럼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주택 사업이 어떻게 하면 출자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며 출자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고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감정평가사 관점에서의 의견도 주었는데, “청년이 수혜자고 중장년이 기금을 납부해야 하는 계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 청년들은 스스로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젊은 투자 수요자들에게 사회적 의미나 가치를 공유해 청년 당사자도 출자자로 참여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과 “다주택자들이 규제나 각종 사회적 요인으로 주택을 처분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이런 주택을 청년주택으로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발제자는 청년당사자인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의 박철우 이사장과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의 장은실 이사장이었습니다. 두 발제자는 터무늬있는집 살이의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박철우 이사장은 “청년들에게 터무늬있는집과 협력한다는 건 사회문제를 넘어 실제 개개인의 삶의 영역까지 공유하고 소통하는 경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였고, “청년 그룹들 간의 네트워크 강화가 이루어지고, 소통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의 지역활동도 공유할 수 있고, 함께 꿈꾸고 실제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장은실 이사장은 “어디에 어떤 집을 계약할지, 같이 살 사람들, 이웃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앞으로 우리가 어느 동네에서 살아야 하는지 등 청년의 입장에서 터무늬있는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일반적인 과정보다 더 복잡하다. 하지만 보통 빌린 집이라고 하면 집과의 스킨십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터무늬있는집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다 보니 청년의 주체성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이번에 사회가치 성과연구에 직접 참여하면서 집에 몇 개나 공급됐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는지와 같이 수치만으로 터무늬있는집의 성과를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터무늬있는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실제 살아오면서 느낀 터무늬있는집의 가치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터무늬있는집은 주거문제를 개인 당사자에게만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는 이슈를 던져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보탰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주제토론이 끝나고 간단한 질의응답을 후에 모든 순서를 마쳤습니다. 총 2시간이 넘는 시간이었는데, 오프라인 모임에 비해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온라인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참여해준 모든 참석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총회가 끝날 때쯤에 접속자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끝까지 참석해주어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터무늬있는집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과보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하나하나 모두 실현하기 위해 2021년에도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