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현장, 어떠한가? –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지역 집담회를 통해본 조직의 고민과 애로 –

신명호 – 사회적경제연구센터소장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12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면서 10차례의 지역 집담회(서울, 대구, 전남, 충북 등 10곳)를 열었다.

​​집담회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지난 7월 대구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 때 발표된 사회적경제보고서-“한국 사회적경제의 현주소와 과제”-의 내용을 지역 활동가들과 공유하고 과제의 실천방안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경제 지원정책을 평가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와 애로점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사회적경제보고서의 저자로서 이번 집담회에 동행했는데 필자가 참석한 6차례의 집담회(제주, 부산, 경남, 충남, 전북, 광주 지역)를 중심으로 거기서 나온 의견과 현장 조직들의 상황을 전하기로 한다.

이번 집담회의 준비 책임은 대체로 그 지역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같은 중간지원기관이나 네트워크 조직이 맡았는데, 연락을 맡은 중간지원기관과의 관계가 얼마나 원만하고 돈독한가에 따라 집담회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의 수가 지역마다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사회적경제보고서의 내용에 관해서는 대체로 ‘백퍼센트 공감한다’는 분위기였다. 정부가 주도하고 당사자 조직들이 따라가는 약한 주체성의 문제, 관과 민의 불균등한 관계 및 형식뿐인 민관 협치, 정부 지원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 사회적경제에 대한 공무원들의 몰이해 및 인식 부족 등의 심각성을 참석자들 대부분이 인정하고 공감했다. 이런 문제들이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우리나라 사회적경제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막막하다는 느낌을 갖는 듯했다. 보고서가 제안하고 있는 ‘작고 조용한 성찰 운동’에 대해서도 특별히 기치를 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자정(自淨)의 기운은 조용히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기에 각자가 내심 각오를 다졌을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회적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와 과제는 웬만큼 공유되었지만 그 해결 전략에 관한 논의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만큼이나 힘들고 복잡한 과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대신 사회적경제 3법 등이 통과되어 나타날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

집담회 참석자들이 정부의 사회적경제 지원정책에 대해 내린 평가는 지역에서 현장조직들이 체감할 수 없는 이름뿐인 정책들이 많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연대회의 정책위원회가 준비한 평가조사 설문지는 2017년 10월, 청와대 일자리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의 만족도를 묻는 내용이었다. 「통합지원체계」, 「금융접근성 제고」, 「판로지원 확대」등 8개 분야의 88개 정책 항목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안다면 ‘만족하는 정도’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를 7점 척도로 물었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런 정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거나 ‘현장에서는 실행되지 않는 명목상의 정책’이라는 쪽이었다. 따라서 참석자들은 7점 척도로 응답하는 일을 매우 힘들어했다. 자연히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법․제도상의 어려움, 개선이 필요한 문제 등을 토론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집중됐다

​참석자들이 지적한, 지역현장에서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을 원인의 유형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사회적경제 개념의 몰이해 및 인식 부족

중앙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은 평균적으로 수준이 낮고 사회적경제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공공부문 시장에서의 많은 일들이 공무원의 생각과 태도에 좌우되는데 이런 몰이해 내지 부정적 인식은 사회적경제기업들에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예컨대, 어떤 사회적기업은 법적 지위가 ‘주식회사’라는 이유로 지자체의 문화프로그램 사업의 입찰 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 공무원은 ‘주식회사 = 영리조직 ≠ 비영리단체’라는 등식을 단순 적용했다. 또 협동조합 역시 영리조직으로 인식되어 공공부문 시장에서 차별을 겪는 경우가 잦다. 협동조합은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여성기업’으로 등록할 수도 없으며, 어떤 지자체에서는 기업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대표기업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을 대표기업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한 예도 있다. 지역 공무원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보니 그들에게 기회를 줄 법도 한 지자체 사업을 아예 「나라장터」에 올려서 공개경쟁 입찰로 처리해버린다.

공무원과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소위 지역 전문가들―예를 들면 소상공인지원센터의 협동조합 심사 및 자문에 참여하는 전문가 등―도 사회적경제(혹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태부족한 상태에서 오직 시장경제 논리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상의 문제가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 3법의 제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명 법의 강제력이 주는 효과가 없지 않을 테지만, 실제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운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자체 관계자들의 인식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중대한 요소가 될 것이다.

2) 사회적경제 정책과 기존 법령․규정들과의 모순 및 충돌

중앙부처 정책 간의 견해 차이,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경제 지원정책과 기존 법령이나 규정이 충돌하는 모순으로 인해서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역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경우들이 발생한다.

​예컨대, 행정안전부는 올해 7월, 지자체 사업을 수행하는 사회적경제기업과 수의계약 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높였지만 이 규정은 지자체 계약에서 전혀 효력을 나타내지 못한다. 계약 담당 공무원은 이 규정의 존재 자체를 모를 뿐 아니라, 설사 규정 내용을 알려주어도 이 규정을 따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기존의 2천만 원 규정을 어긴 데 대한 감사와 문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공공시장 판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존의 정부 조달사업에 관한 법, 지방재정법 등의 관련 규정과 조례 등에 의해 막혀 있다. 중앙정부의 주도로 기존 법 규정 및 정책 간의 모순이 세밀하게 조사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법이 아닌 정책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사회서비스 바우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거래 대상에 사회적경제기업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일례다.

​중앙부처들의 칸막이 행정 때문에 생기는 불합리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통합적 지원을 하기 위한 구체적 조사와 제도 일원화 작업도 긴요하다. 어떤 광역자치단체는 자활기업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자활기업도 사회적기업 심사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청원을 받았으나 결국 고용노동부의 불가 판정을 받고 기각했다.

집담회8

3)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지원을 위한 제도적 환경 미비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계약을 따는 데 불리한 처지에 있다. 공기업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는 넘기 힘든 장벽이다. 현재의 조달청 입찰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쟁 입찰에서는 동일한 사업을 수주한 실적만 가지고 수행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업력이 길지도 않고 입찰에 참여하기조차 쉽지 않은 사회적경제기업들로서는 수행능력을 제대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또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하더라도 협업의 가치를 특별히 인정해주는 가점 제도 같은 게 없으니 공공구매 시장의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채점 항목이 필요해 보인다.

간혹 지역에서 공기업을 상대로 사업 제안을 하면 지사(支社) 차원에서는 관심 있어 하면서도 모든 계약 권한을 본사만 가지고 있어 거래가 불발되는 경우들이 있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정부의 공기업 정책이 지방 및 지역 차원에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적기업과의 거래에서 공공기관이 무슨 특혜를 베푼 듯이 10%의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예도 있었다.

이는 민간 대기업의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는데 어떤 사회적기업이 지역의 프랜차이즈 기업과 거래를 시도했으나 사회적기업과의 거래에서 특별히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상대방은 싼 가격만을 요구하다가 성과 없이 상담을 끝냈다. 만약 대기업이나 건물주가 사회적경제기업과 거래를 할 경우 그들에게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등의 제도를 마련한다면 판로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금융기관의 높은 문턱

기존 금융기관들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대출을 원할 때 대표자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해서 결정한다. 어떤 사회적기업은 신용보증기금에 대출을 문의했다가 대표자의 신용도 문제로 신청서류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의 개인 신용도가 좋을 리 없는 사회적경제기업 대표들은 필요한 자금을 못 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적기업에 주어지는 정책 금융 자금도 주거래 시중은행의 이자율과 비교해보면 이자율이 특별히 낮은 것도 아니다.

5) 중간지원기관의 난립

지방에서도 서울처럼 사회적경제 중간지원기관들이 광역지자체 단위뿐 아니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도 속속 생겨나고 있고, 거기에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성장지원센터’ 사업과 행정안전부의 사회혁신센터 설립 계획까지 가세하면서 각 기관의 역할 정립과 인적 자원의 확보가 문제 되고 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지방의 기초지자체들이 굳이 독자적 중간지원기관들을 가져야 하는지, 크게 권역별로 설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지에 관해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를 조정하거나 규율하는 곳이 없어서 난립하는 기관들의 역할이 중복되거나 자원 낭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의 가용 전문인력이 한정돼 있는 속에서 각 기관들이 제 기능을 하도록 인적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이상에서 보듯이 정부의 사회적경제 지원정책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비판을 면하고 실제로 지역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실행체계 및 과정에서 정책의 실패를 유발하고 있는 요소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앞장서서 기존의 법령과 규정, 조례 등을 어떻게 개정하고 손질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

​각 정부부처들마다 사회적경제 지원정책을 만들고 스스로 평가하도록 방임하면 칸막이 행정이 가져오는 작금의 폐해와 속 빈 성과주의의 악습은 계속 잔존할 것이다. 진정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입법 취지가 ‘통합적 지원’에 있다면 지역현장에서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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