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지원제도의 오래된 모순,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다!

  언제부터인가 자활지원사업(이하 자활사업)에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딱지가 붙기 시작했다. 지자체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에서부터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자활사업에 관해 말할 기회가 생긴 사람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예산만 축내는 비효율적인 정부사업이라는 식으로 자활사업을 폄하하기 일쑤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조차 자활사업 얘기만 나오면 슬그머니 발뺌을 하는 양상이다.

​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정부 지원 대상자를 최대한 노동시장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2013년부터 근로빈곤층 취업우선지원 사업을 도입해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 전까지 지자체가 하던 조건부수급자 배정 업무를 고용센터가 가져와서 심사대상자의 70% 가량을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당장 취업 알선도 어렵고 밀착사례관리 대상으로도 부적합한, 즉 근로능력이 매우 취약한 나머지 20~30%만이 지역자활센터로 의뢰되고 있다.

​  최근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가 실시한 조사연구(연구책임자: 신명호) 결과에 의하면, 위와 같은 사전단계 제도가 도입된 후 지역자활센터로 의뢰돼 오는 참여자들의 상태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4년 전(2012년)과 비교했을 때 참여자의 연령대 구성에서 30~40대의 비율이 크게 감소하고 60대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참여자의 56.2%가 결혼했으나 배우자가 없는 상태이고, 아예 결혼을 안 한 미혼의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 마디로 가정생활이 불안정해진 것이다. 주거 상태는 4년 전에 비해 자가 비율은 감소하는 대신 보증부 월세가 증가해서 보증부 월세의 비율이 5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  참여자 중 장애인으로 등록한 사람은 10.5%로 비율은 4년 전과 비슷했으나, 장애 등록을 한 참여자의 과반수가 1~4급의 중증 장애를 갖고 있고, 그 중에는 뇌병변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 언어장애 등 자활근로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장애를 가진 이들도 많았다. 또한 노숙 경험자, 전자발찌를 착용한 고위험군의 사람들, 민원 발생의 소지가 많은 사람들은 모두 지역자활센터로 의뢰돼 온다. 음주 횟수, 위험음주의 비율 등을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음주 습관은 4년 전에 비해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퇴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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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컨대, 자활사업 참여자 가운데 근로능력이 극히 미약한 사람들의 비율이 과거보다 더 높아졌고, 여러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취약한 처지의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러한 상태의 참여자들을 자활센터가 훈련해서 취업이나 창업을 시켜 노동시장으로 내보내라는 제도의 요구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경제적으로 자립시키기 가장 어려운 조건의 사람들, 다시 말하면 노동시장에서 선택 받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을 어떻게든 시장으로 내보내서 자립시켜라’ 하는 모순적인 요구가 그동안 지역자활센터가 부여 받아온 제도적 명령이었다. 따라서 자활사업 참여자의 객관적 처지 및 조건과 정책 목표 사이의 부정합성은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어온 모순이다.

​  이제는 이 해묵은 모순을 개혁하고 자활사업 정책의 체계를 새로 정립해야 할 때가 되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활지원제도의 개혁 및 개선 방안을 정치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행 자활제도의 개혁 방향은 이러해야 한다.

​  첫째, 취업우선지원 정책 하에 시행되고 있는 사전단계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사전단계 제도는 맞춤형 지원의 원칙을 교란하는 블랙홀이다. 어떻게든 다수의 참여대상자를 고용노동부 프로그램으로 끌고 가려는 요식행위일 뿐,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평가 과정이라 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참여자 분류가 가능한 구조로 심사기구를 개편해야 한다.

​  둘째, 근로연계복지(workfare) 뿐 아니라 복지로서의 근로(work as welfare)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근로능력 취약자의 취업과 창업은 이제까지처럼 지역자활센터의 임무 가운데 하나로 남기되, 한편에는 보호된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가장 취약한 계층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후자에게는 근로의 기회 자체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므로 공동작업장이나 보호작업장 형태의 일자리가 제공되어서 낮은 강도의 노동과 지속적인 소득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사례관리와 사회복지 서비스가 함께 연계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이들은 노동시장으로의 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자활사업의 참여기간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셋째, 지역자활센터의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에 맞게 다변화되어야 한다. 농촌지역과 도시 및 도농복합지역은 자활사업 잠재 참여자의 인구학적 특성이 다르기 마련이다. 농촌은 중고령층 대상으로 양질의 공적 일자리 제공하는 역할이 크고 또한 지역자활센터가 종합복지기관으로서 기능할 필요가 있다. 반면, 도시나 도농복합형 지역은 근로능력 미약자를 대상으로 한 중장기적 직업재활 프로그램이나 청년 대상의 단기 자활 프로그램의 수요가 더 높을 수 있다. 따라서 각 지역자활센터의 역할은 위에서 언급한 큰 틀을 골간으로 하되, 지역유형별로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비중 및 종류의 다양성을 허용하고 지역에 특화된 창의적인 자활사업의 개발도 권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새로운 성과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자활사업 유형의 목적이 변화된다면 당연히 그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탈수급률과 같은 불합리한 기준 대신 근로연계복지와 복지로서의 근로라는 각각의 목표에 합당한 측정 지표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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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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