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공동기획 <4> 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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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같은 이웃’이 필요하다…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

 

[사회투자지원재단 공동기획]<4>15년차 이상 한살림 베테랑들이 뭉쳤다

 

 

 

협동조합 창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협동조합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각종 기관에서 개설한 강의를 통해 이론적 학습은 할 수 있지만 경험까지 얻을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협동조합이 있다. ‘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모두 한살림에서 이사까지 역임하는 등 15년 이상 활동을 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미 협동조합에 관해서는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는 최순복, 박재신, 이경숙 조합원이 함께 했다.

 

 

▲ 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 조합원들. 왼쪽부터 박재신, 이경숙, 최순복 조합원. ⓒ프레시안(김하영)

 

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은 2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에게 생명교육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놀이 교육부터 방과후 학습까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을 필요한 시간에 자유롭게 맞길 수 있다는 점이다.“요즘은 어릴 때 엄마와의 유대감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아이들을 직접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엄마들은 병원에 가야 하거나, 모임에 가거나 일이 있을 때 잠깐 맡길 곳이 거의 없거든요. 초등학생들 경우에도 대부분 방과 후에 보낼 곳이 없어 학원으로 돌리잖아요. 그런데 마음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알았어요.”

이들은 한살림의 자주공부모임을 통해 2년 전부터 보육과 교육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한살림 활동을 ‘졸업’해야 할 무렵 어떤 활동을 할까 고민하다 보육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가 모두 한살림 지부장도 하고 이사까지 한 사람들인데, 한살림 활동을 마무리할 때가 되니 ‘훌륭한 우리 한살림 선배들은 지금 다 어디서 뭐 하고 계시지?’라는 물음이 생기더라고요. 오랜 세월 동안 협동조합을 몸소 익히고 실천하시던 분들이더라도 한살림 활동이 끝나면 자기 동네에서 개별적으로 공동체를 조직해내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자주공부모임을 통해 다음 활동을 고민했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모두 주부이고 여성이다 보니 ‘아이’라는 화두를 중요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2009년부터 보육시설도 다니고 교수들 초청해 강의도 듣고 계속 공부해왔죠. 특히 우리가 한살림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생태학교에 대한 기본적 바탕도 있었고요.”

처음부터 사업체를 추진한 건 아니었다. 이들은 가정돌봄 서비스도 다니고 아동심리상담 교육도 이수하면서 나름대로 자주공부모임에서 배우고 고민한 것들을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을기업’이라는 것을 접하게 됐다.

“그렇게 공부하던 중 마을기업 지원사업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우리도 공간을 마련해 활동을 안정적이고 조직적으로 펼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서울 시내에서 공간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잖아요. 마을기업에 선정되면 공간 지원이 된다고 하니 사업 구상이 구체화되더라고요.”

마을기업에 선정돼 현재의 공간을 얻어 6월 25일 문을 열었다. 공간이 생긴 만큼 활동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데 그치지 않고 돌봄 양성 교육 과정을 운영할 생각이다. 자신들이 자주공부모임을 통해 돌봄에 대해 공부했듯이 공부한 것을 지역 주민들에게 전해주고 돌봄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활동이 활발해지면 동네 안에서 돌봄이 이뤄지는 이웃 돌봄이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면 아이사랑생명학교가 동네 안에서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이를 잠깐 맡기는데 낯선 사람들, 낯선 공간은 부담스럽거든요. 그런데 평소에 친분이 있는 이모 같은 이웃이 있다면 아이를 맡기기 훨씬 좋겠죠. 예전에는 ‘아이는 동네가 키운다’고 했잖아요. 지역에 그런 돌봄 공동체가 생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그런데 15년 이상 협동조합에서 활동했던 전문가들인데,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한살림 활동을 할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고 한다.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 할 수 있다고 홍보하잖아요. 우리는 이미 한살림을 통해 협동조합에 굉장히 훈련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쉬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전에는 그냥 모여서 조직을 만들면 협동조합이 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훈련하게 됐어요.”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그렇듯이 이들이 맞닥뜨린 문제도 ‘의견 충돌’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한살림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의를 할 때 자신의 의견을 다 쏟아내요. 하지만 협의를 통해 결정된 이후에는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고 결정된 사안을 이행하는데 집중합니다. 이건 정말 오랜 기간을 통해 훈련된 거죠. 우리는 뒷담화가 없습니다.(웃음) 사실 결국 말 때문에 갈등이 생기잖아요. 하지만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 흔들리지 않아요.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저 사람은 정말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협동조합을 통해 훈련된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은 협동조합을 만든 목적과 본질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협동조합이라는 것은 사회적ㆍ경제적ㆍ문화적 욕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입니다. 사실 저희가 이 일을 하면서 급여 한 푼 받아가지 못해요. 아마 2년 후에는 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경제적 욕구는 채워주지 못하지만 우리의 욕구는 사회ㆍ문화적 욕구이거든요.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적 결사체라는 점이 협동조합의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믿었고, 지금 검증되고 있죠.”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가장 자긍심을 느끼는 것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을 제대로 익혔다는 겁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결정이 되면 함께 실현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진정한 협동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협동을 통해 또다른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고, 뭐든지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어요. 이렇게 행복한 이들이 있는 곳에 아이를 맡기면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겠어요?(웃음)”

15년이 넘는 한살림 경험, 2년 동안의 학습, 그리고 얻게 된 공간.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지금의 아이사랑생명교육 협동조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신뢰’와 ‘소통’이었다. 아이사랑생명학교가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넘쳐나는 동네 사랑방으로 깊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아이사랑생명학교. ⓒ프레시안(김하영)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활동했었다. 그런 역사와 경험은 새로이 협동조합을 출발하려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고수’들이 여기저기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는 ‘선수’들이 아니면 직접 찾아가 역사와 경험을 전수받는 것이 불가능하다.아이사랑생명학교를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 고수들이 만든 마을기업이기 때문이다. 한 살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고수들이 스스로 공부하며 만든 협동조합이 아이사랑생명학교이다. 이곳을 보며 협동조합의 설립과 지속성에서 왜 정체성이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 알고 회의에도 익숙했던 사람들이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훈련을 했다고 얘기한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 중심의 결정이었고, 그런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오랫동안 체화된 협동의 경험이, 서로간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협동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 때 그 협동조합은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숙제를 피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열린 공간이기에 아이사랑생명학교의 사업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사업이든 협동의 경험으로 다져질 것 같다는 기대는 하게 된다. 협동조합에 익숙치않은 행정이 소모적인 개입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회투자지원재단 하승우 연구위원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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