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협동조합법](3) “FC바르셀로나도 협동조합이다”- 착한 당신을 위한 따끈한 법

지역의 필요에 응답하는 하나의 방법인 사회적경제를 촉진하고 지원하고 있는 사회투자지원재단은 2012년의 중요 사업 테마를 “지역”과 “협동조합”으로 정하고, 관련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며, 한국에서는 2011년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사회투자지원재단과 공동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경과와 주요내용, 의미와 기대, 그리고 사회적경제의 풀뿌리 현장에서의 협동조합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모색해보는 6회의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편집자주>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이 글을 읽은 독자는 착한 사람인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착한 사람일까?

어렸을 때에는 누구나 착하다는 말을 듣기를 바랬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도 자신이 딱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착한 사람일까?’ 라고 스스로 돌아보면 착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성이나 효율성은 어떨지 몰라도 대다수의 사람이 생활 속에서 착할 수 있는 길을 좁혀 버리는 태생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자소득과 임대소득만 가지고도 충분히 생활이 되는 사람을 빼고는 다수의 사람들이 직장에 목을 매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에서는 회사의 방침과 상사의 지시에 대해 도덕적인 판단을 통해 취사선택할 만큼 간 큰 사람들이 드물다. 설혹 박차고 뛰쳐나와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또 다른 회사에 목을 매러 가야 한다. 밥벌이와 착한 삶이 대립되는 경우가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벌이를 선택하며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그런 현상이 반복되면 정신적 방어를 위해 무덤덤해져 버린다.

착하고 싶다는 우리의 열망은 직장에 출근하면 깊이 숨겨두어야 하고, 직장이 아닌 자신의 생활에서 기부도 하고, 자원봉사도 하면서 착한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내 것이 아니라 사장의 것, 주주의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면 이런 문제는 상당히 많이 해결될 수 있다. 불합리한 요구도 사라지고 사장의 개인적 취향에 맞춰야 하는 문제도 없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너무나 당연하고 단순한 바램이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보장되지 못했다.

내가 혹은 우리가 주인이 되어 일할 수 있는 사업체를 흔히 “노동자협동조합”이라 말하는 데 작년 11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에서 제정되기 전에는 이런 사업체를 아예 만들 수가 없었다.

더 따뜻한 경제체제를 탐구하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있는 몬드라곤협동조합은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스페인의 협동조합법과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법제도적으로는 가능해 졌다.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일과 꿈이 병행될 수 있는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한살림과 아이쿱생협, 독자들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 같은 이들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해 만들어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NH 농협은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만들어진 농업협동조합이다. 수협은 수산업협동조합이고, 신협은 신용협동조합이다. 이들 조직은 각각 다른 사업을 하고, 각각 다른 법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모두 “협동조합”이다.

 

 

▲ 스페인의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의 휘장.

 

축구광들이 열광하는 FC바르셀로나는 시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축구클럽”이며, 오렌지주스의 대명사 “썬키스트”는 원래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의 오렌지농가들이 만든 “썬키스트오렌지농업협동조합”의 대표브랜드이다. 이탈리아나 스위스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은 소매유통의 30~40%를 점유하고 있으며, 북유럽은 새로 짓는 주택의 상당수를 주택협동조합이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수한 우수사례를 소개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가능한 이미 검증된 사업체 운영 방식이며, 앞으로도 상상하는 만큼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협동조합과 영리기업의 차이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영리기업과 경쟁하면서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독자적인 기업운영의 가치와 운영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체의 활동 자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만든다. 영리기업은 자본에 인간이 종속되지만, 협동조합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여기에 자본을 종속시킨다.

이런 협동조합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조합원 제도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사업체의 필요자본을 조달하는 출자자(주주)임과 동시에 협동조합의 재화와 용역을 이용하는 이용자(고객)이다. 주주이고 고객인 조합원은 이중적인 의미에서 기업체의 주인이다. 따라서 조합원은 사업체를 큰 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과 성과가 발생하면 그것을 조합원들이 나눠가지는 권한을 가진다. 영리기업에서는 주주와 고객은 분리되어 있고, 전문경영인이 도입되면 통제자도 분리된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은 이들 모두를 통합하고 있다.

사람이 중심인 운영모델을 가진 협동조합은 당연히 ‘인적역량’이나 ‘관계역량’이 중요한 사업 부문에서 주식회사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거대한 자본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 부문에서 그 사업부문이 빠르게 성장할 때에는 주식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IT 소프트웨어산업이나 문화산업, 디자인산업 등의 새로운 산업영역에서 협동조합은 많은 가능성이 있다. 또 반대로 영리기업이 수익성이 낮다고 기피하는 산업이지만 사람이 살아갈 때 반드시 필요한 일들도 협동조합은 큰 이윤을 바라지 않으므로 잘 운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낙후지역의 개발이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등이 그렇다. 심지어 정부가 무책임하게 민영화한 후 공적서비스가 사라져버린 영역에서도 협동조합이 이를 잘 보완해주는 경우가 있다. 약국과 슈퍼와 우체국을 겸하고 있는 영국의 ‘올인원‘지역협동조합이 그렇다.

협동조합의 정의와 원칙

협동조합은 다양한 사업영역과 다양한 지역, 다양한 계층의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어 얼핏보기에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이들을 협동조합이게 하는 국제적인 약속이 잘 정리되어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제시한 협동조합의 정의와 가치, 원칙이 발표된 “협동조합정체성 선언”이 그것인데, 이런 협동조합정체성선언을 지키고 있다면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을 “(1)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enterprise)를 통해 (2)공통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3)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인적결합체(association)”라고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인적결합체로서 조합원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가입을 거절해서는 안된다.(자발성과 개방성)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조합원은 동등한 의결권, 즉 1인1표의 권리를 가진다.(민주적 운영) 수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수익이 있을 경우 출자액에 따라 배당하기보다 내부유보나 협동조합사업의 이용액에 따라 우선 배당한다.(경제적 참여) 이 외에도 교육과 훈련 홍보의 원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원칙, 자율과 독립 등 7가지의 협동조합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이런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원칙을 법제도적으로 충분히 반영하여 만들어졌다.

협동조합 설립의 최소요건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5명 이상의 조합원만 마음을 모으면 설립할 수 있다. 자본금의 제한규정도 없으며, 신용사업과 보험(공제)사업을 빼면 어떤 사업이든 할 수 있다.

다만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적절한 자본금과 사업모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기존 협동조합법들은 각 법의 목적에 따라 사업영역을 제한하고, 까다로운 인가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본법은 이런 조건들을 대부분 없앴고, 일반회사와 같이 등록만 하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그동안 개별법으로는 만들 수 없었던 노동자협동조합도 만들 수 있어,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만들 수 있고, 영세자영업자들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협동조합의 문턱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지금 주식회사나 다른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업체도 법 시행후 2년 동안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면 기존의 사업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부칙에 명시하고 있다.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조직들도 검토해 볼 일이다.

협동조합으로 할 수 있는 사업

협동조합은 원칙적으로 무슨 사업이든 조건만 맞으면 정관에 정하는 대로 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1)조합원과 직원에 대한 상담, 교육ㆍ훈련 및 정보제공 2)협동조합 간 협력 3)△협동조합의 홍보 및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 등 3가지는 필수적으로 정관에 포함시켜야 한다. ( 이는 ICA의 원칙을 사업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다만 실제 구체적인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토할 사항이 있다. 협동조합의 사업은 관계법령이 정하는 목적ㆍ요건ㆍ절차ㆍ방법 등에 따라 적법하고 타당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협동조합으로 설립되었다 하더라도, 인ㆍ허가가 필요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사업의 요건을 갖추고 신고ㆍ등록ㆍ허가ㆍ면허ㆍ승인ㆍ지정 등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버스협동조합을 설립하였더라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의 면허를 받지 못하면, 운수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먼허를 받지 못하면 협동조합은 만들 수 있지만 만든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은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협동조합을 만들기 전에 목표로 하는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 법령과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협동조합은 운영공개

협동조합은 많은 가능성이 있고 그 의미나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려는 범죄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협동조합이 제자리를 잡기 전에 이런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협동조합의 발전이 더뎌질 수 밖에 없거나, 또 다시 제도적 족쇄를 채우려는 여론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몇 가지 자율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첫번째가 운영의 공개이다. 협동조합은 결산결과 등 운영사항을 적극 공개하여야 하며, △정관ㆍ규약ㆍ규정 △총회ㆍ이사회 의사록 △회계장부 △조합원 명부 등을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 또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협동조합은 시ㆍ도 혹은 연합회 홈페이지에 주요 경영공시자료를 게재해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

협동조합기본법에는 일반협동조합과 별도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ㆍ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이런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 명시해서 세제상의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민법상의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처럼 정책적인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회적협동조합은 출자금이나 이용액에 대한 배당을 할 수 없고, 사업도 목적사업이 40% 이상 되어야 하며, 해산할 때에는 출자금과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은 사회로 환원하도록 규정하여 공익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일반협동조합과 달리 인가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된 조직이 상당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격을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하면

협동조합기본법은 119개조와 부칙 3개조로 이뤄져 있어 짧은 글로 다 설명하기가 어렵다. 협동조합기본법을 더 깊게 알고 싶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생각이 있으면 협동조합연구소 www.coops.co.kr로 들어와 협동조합기본법해설서나 다양한 협동조합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을 문구로만 보면 딱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협동조합인들은 20년 넘게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기를 갈구해 왔다. 법 조문 한자 한자가 그 염원만큼 살아 움직이고, 사람의 향기가 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제부터 우리가 힘차게 밀고 가야할 과제이다. 착한 사람들이 많이 협동조합을 알고 협동조합과 함께 협동과 연대를 통해 밥과 일, 꿈을 함께 일구길 기대한다.

 

*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프레시안 공동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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