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협동조합법]<5·끝>좌담회: 현장의 목소리-“0.1% 자본주의를 대체할 99.9%의 협동경제”

지역의 필요에 응답하는 하나의 방법인 사회적경제를 촉진하고 지원하고 있는 사회투자지원재단은 2012년의 중요 사업 테마를 “지역”과 “협동조합”으로 정하고, 관련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이며, 한국에서는 2011년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사회투자지원재단과 공동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경과와 주요내용, 의미와 기대, 그리고 사회적경제의 풀뿌리 현장에서의 협동조합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모색해보는 5회의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기획의 마지막 편으로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의 사회로 김재겸 한살림 상무이사,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지희구 청주우진교통 자주관리실 실장,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편집자주>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재겸 한살림 상무이사.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 지희구 청주우진교통 자주관리실 실장, 김동언 사회투자지원센터 책임연구원,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프레시안(최형락)

 

 

 
1. 협동조합법, 무엇이 빠졌나

장원봉: <프레시안>과 함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의미에 대한 기획칼럼을 4회에 걸쳐 연재를 했다. 그동안 법 제정 과정에서 참여했던 분들이 칼럼을 쓰셨다. 오늘은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대한 현장의 기대를 비롯하여, 향후 협동조합운동의 전망 등을 이야기 나누고 싶다. 먼저 지희구 실장의 이야기부터 들어보겠다. 청주우신교통은 회사가 부도가 나게 되자 노조가 인수해 자주기업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지희구 실장은 처음부터 그 작업을 함께 하신 분이다.

지희구: 아이가 그러더라. “엄마는 버스 운전도 못 하면서 버스 회사에 왜 다녀?”(웃음) 사실 협동조합법에 관심 가질 여유도 없었다. 다만 협동조합기본법만 갖고서는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협동조합법을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장원봉: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 “상부상조의 공동체를 복원하고 나아가 99.9%가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도록 협동조합운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박승옥: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생협은 생협법이 있고, 신협은 신협법이, 농협은 농협법이 있는 등 그동안의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은 특수한 분야에 한정된 8개의 특별법으로만 인정돼 왔다. 이 외의 경제활동 영역에서는 협동조합을 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어서 못 했다. 제 경우에는 2005년 시민발전이라는 전력회사를 시작할 때 협동조합으로 하고 싶었지만 전력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법적 근거가 없어 유한회사로 시작을 했다. 사실 공동육아 등 협동조합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단체나 기업들이 굉장히 많다. 이러던 차에 협동조합기본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30여 개 단체들이 모여 협동조합법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연대회의를 만들어 법 제정을 추진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이기도 하다. 협동조합법 제정의 목표는 다양했지만,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국가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개입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모든 경제활동 영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협동조합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정된 법은 결과적으로 기존의 농협법, 신협법, 생협법 등보다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 시켰으나, 모든 경제활동 영역에서의 설립 보장은 실현되지 못했다. 기존 8개 특별법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든 일종의 절름발이 협동조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은 아예 용어 자체도 협동조합기본법에는 없다. 서민들 피빨아먹는 흡혈기관으로 비판받는 살인적인 고액이자의 대부업체나 비리 복마전인 저축은행, 협동조합이라고 이름은 달고 있으나 관제 신협으로 평가되고 있는 신용협동조합, 사기에 가까운 보험 등 기존 금융기관들의 기득권을 전력을 다해 옹호하는 금융위원회의 강한 반대 때문이다. 대신 소액대출상호보조 사업으로 한정됐다.

2. 법인? 협동조합? 무엇이 나을까?

지희구: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이나 역사적 교훈들을 비교해볼 때 현재의 협동조합기본법이 실제 적용을 받게 될 조직체들의 제도적 보완장치로서 충분한지 의문이다. 민주적 운영체계를 어느정도 진행해가고 있는 우진교통의 경우 소유구조의 문제해결 방안으로 조직적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박승옥: 협동조합의 비영리성은 사실 협동조합 정체성 논쟁에서 핵심 사항이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의 사회적 기업이 대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해서 사업을 해 온 현실 때문에 협동조합의 비영리성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주의 전통이 강해서 법에 정해져 있지 않은 임의 단체나 자율적 결사체는 불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인이 아니어도 불법이 아니라 민간 스스로 자율로 운영하는 단체인데로 그렇다. 한겨레두레 공제조합의 경우 저는 사실 법인 형태가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 자율적 결사체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부 회의에서 12대 1로 제가 졌다. 12는 법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시민들의 상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임의단체일 경우 조합비 등이 개인 명의 통장으로 돼 있다. 제가 신용불량자가 되면 조합의 통장을 압수당한다. 협동조합 법인은 이런 법적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준다. 두 번째는 법인이 되면 세금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세금 혜택도 꽤 크다. 법적 안정성 문제와 세금 문제. 그 외에도 법인이 갖는 혜택이 여러 가지 있다.

장원봉: 일반적으로 법인격의 부여는 조직의 안정적인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유영우: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신협은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보니 오랜 세월 동안 나쁘게 얘기하면 ‘(국가의) 관리를 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협동조합법이 만들어져서 협동조합이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법을 통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게 노동자 협동조합. 자주관리기업, 자활공동체 등의 단위들이 용이하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지희구: 저희는 법인이지만 이미 전체 구성원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시내버스 운송은 공공에 관한 일이라 국고보조금이 지급된다. 만약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 변화여부가 궁금하다.

장원봉: 자주관리기업은 운영의 민주화를 이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주식을 제3의 인물에게 신탁하고 있어 소유의 법적 문제 등이 남아 있다.

 

지희구:

 

저희 같은 경우에 소유 구조가 처음 출범할 때 노조에서 인수할 때 50% 주식 무상양도를 받았다. 이 50%를 구성원 모두에게 나눠주면 지분률이 낮아져 50%를 1인에게 묶어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인 김정기 전 서원대 총장에게 무상양도한 상태이다. 이 주식은 전체 구성원의 결정이 없는 한 양도양수가 불가능한 주식이다. 50%의 주식의 공동소유가 저희의 기본 공동체 정신이다. 자주관리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등의 의사결정은 총회를 통해서 투표로 결정한다. 일반 기업의 이사회 역할은 자주관리위원회에서 한다. 자주관리위원은 현장에서 투표로 선출하고 당연직으로 임원, 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초창기에는 현장에서 조직 운영에 대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힘들었는데, 각종 자치위원회를 둬서 경영 참가 시스템을 세분화, 구체화 하였다. 자주관리위원회 산하 자치위원회에도 현장 구성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경영참가 폭이나 수위가 심화,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장원봉: 우진교통의 경우, 법적으로는 주식회사의 형태인데, 이런 자주관리기업 형태가 가지는 의사결정 구조가 법적으로 어긋나지 않나. 제가 듣기로는 주주총회와 자주관리회의의 이중적인 구조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지희구: 변화내용에 대한 전체 구성원의 공유와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해왔다. 상법상 필수기재 내용을 정관에 다루되 공동체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총회 다음의 의결기구로써 자주관리위원회는 정책심의 등은 폭넓게 다루는데 노사협의회도 대체한다. 실제 노동부에서 노사협의회 진행상황을 점검할 때도 월 1회 개최하는 자주관리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했다. 다만 주총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구성원 총회 겸 주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장원봉: 협동조합으로의 전환 계획은 없나?

지희구: 현재는 주식 등의 소유 구조 문제 때문에 고민이 크다. 민주적 운영 등은 경험을 통해 자리 잡고 있는데 소유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소유의 기본정신 외에 소유구조의 안정화를 통해 구성원들이 바뀌어도 공동체의 틀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3. 생협, ‘구매’조합에서 진짜 ‘생활’협동조합으로

장원봉: 기업의 지배구조를 본다면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제정된 협동조합 기본법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협 쪽은 어떠한가.

김재겸: 생협은 전국적으로 60만 가구가 참여하는 큰 조직이 됐다. 생협이 나타날 때까지 구판장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1000원씩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형태인 구판장 형 조합, 즉 조합원이 형식적 협동조합이 대부분이었다. 생협은 구매 협동조합, 먹을거리 협동조합으로 표현이 할 수 있는데 조합원이 참여하여 생산자와 손을 잡고 안전한 먹을거리,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면서 성장했다.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욕구와 맞물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전체가구수 2.4%가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 들이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자주적 활동을 하고 싶은 욕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령, 한살림 서울은 지역아동센터도 한다. 현재는 생협이 직접 사업을 하는 형식으로 하고 있다. 결국, 생협의 하나의 내부 부서 구조이거나 별도의 사업체로 하게되면 영리기업의 형식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 생협 내부에서도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소규모 협동조합이 가능해진다. 지역아동센터도 참여자 중심으로 구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생협 안에서 조합원 활동을 하는 방식도 있지만, 참여자 중심의 자주성, 자기 사업의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제 별도의 협동조합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이해하고 있다.

유영우: 신협도 마찬가지다. 신협도 신협 이름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신협에 속해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여러 가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승옥: 자본주의적 경제제도에서 민간 경제에서 새로운 경제 제도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 협동조합 기본법이다. 한국에서 생협, 신협 운동이 시작된 지는 오래 됐지만, 협동조합 운동을 새롭게 시작될 기회가 아닌가 한다. 생협, 신협, 자주관리 회사 등을 포함해 ‘협동하는 경제’를 우리 사회에서 확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본다. 아직 별로 주목 받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시행이 되면 한국사회를 밑에서부터 변화시키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의료생협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서 생협법에 포함 시킨 것인데, 의료생협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하면 생협법에서 보건의료사업 없앨 수도 있다. 어쨌든 새로운 차원에서 협동사회 경제가 열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4.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장원봉: 기존의 협동조합들이 확대되는 것을 중심으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협동조합 기본법이 본격 시행 되면 협동조합을 몰랐던 사람들이 새롭게 이 영역에 진입해 활성화 될 수 있을까.

박승옥: 연대회의 출범 초기에 협동조합법 설명회를 한 적이 있다. 자활단체 쪽이나 사회적기업 등이 많이 참여했다. 이들이 정부 지원에 대해 많이 물었다. 특히 법인격이 비영리인 것에 대해 왜 비영리여야 하느냐. 영리를 추구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 때 든 생각이. 협동조합 기본법 만들어졌다고 해서 저절로 협동조합운동이 활성화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비영리라는 측면에서 기존 자본주의적 주식회사 경제와는 다르다. 또한 공공영역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겠지만 국가로부터 통제 받는 게 아니라, 국가로부터 자율적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운동으로 되지 않으면 어렵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협동조합의 전혀 다른 가치를 이해하고 협동의 가치 필요성을 먼저 느끼는 게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유영우: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났고 법적 지위 획득 근거도 마련 됐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협동조합 운동을 통해 새로운 경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참여자가 협동조합 철학을 공유하는 진정한 협동조합이 많이 생겨나느냐는 것은 별도의 문제다. 오히려 더 난립될 수도 있다. 이 법을 악용할 소지도 충분히 있다.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가 남은 과제인 것 같다. 시행령 시행규칙에 어떻게 담느냐가 과제다.

지희구: 저희는 임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노동자(구성원)들의 안정이 최우선이고 나아가 안정을 넘어 노동자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구성원들은 현장자치조모임, 연대집회, 경영설명회 참석 등 다른 회사보다 바쁘게 생활한다. 이 모든 것들의 결과에는 구성원들의 자긍심이 함께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이 생산계획, 노동의 과정, 분배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직무자치의 실현을 구체화하려 한다. 또 하나는 구성원들의 복지측면으로 사내에 신협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 신협을 통해 대출도 하고 상호부조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런데 현재 기본법은 금융업이나 보험업은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 결국 협동조합이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의 동시 추구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예 배제되었다는 것이 아쉽다.

유영우: 기본법이라 하면 모든 법의 상위법이다. 법 명칭은 협동조합 기본법이라고 정해놓고 금융, 보험, 신용사업 못 하게 하는 것은 기본법 의미가 상실되는 거다. 신협법도 있고 여러 특별법도 있어 서로 상충이 되니까 정부에서 반대한 것 같은데 협동조합 기본법에 신협, 생협 이 들어와 갈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협도 그렇고 신협도 그렇고 각자의 법 테두리에서 움직이니 한계가 있다. 앞으로 협동조합 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싸워야 하는 문제다.

장원봉: 활성화 얘기를 더 해보자. 협동조합을 하고자 하는 사회적 주체들이 많이 있을까.

유영우: 협동조합에 대해 호감을 갖고 하나의 대안으로서의 당위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일부 실험을 하며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해왔고. 진보진영에서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했는데 실제 근거법이 없어서 확산되는데 제약의 역할을 했다는 건 맞는 것 같다. 진보진영 쪽에서 여전히 이런 협동조합 운동에 관심 갖고 해보자는 생각들 있을 것 같다. 사회적기업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지원법 만들어 한 것이다. 그 틀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미래 지향적으로 협동조합 운동으로 전환을 꿈꾸는 그룹도 다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문제는 아까 얘기한대로 제대로 전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거냐는 미지수인 것 같다. 우진교통의 경우 자주관리위원회 산하에 의사결정 집행 구조를 두고 자치위원회와 같은 집행단위 논의 구조 시스템이 갖춰져 적극적으로 조합원들이 경영 참여 통로를 만들어 주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시스템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가치공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가치공유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지는 서비스나 물품의 질이 어느 정도 확보하는 노력 역시 필요 하다. 두 가지가 같이 가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겸 한살림 상무이사. ⓒ프레시안(최형락)

 

김재겸:

 

자주관리기업은 노동자가 주권을 갖는데, 생협은 소비자 조합원 들의 주권이 실현되는 것이 기본 베이스다. 조합원들이 밑바닥 조직부터 지역 조직 이사회까지 민주적 의사 모아 내고 집행에도 참여한다. 그런데 노동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조합원 들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노동으로 참여하는 조합원이 소비자로서 참여하는 조합원이 함께 주권 실현하는 방안 없나 고민하고 있다. 이런 지점들도 사회적협동조합에 기초해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또한, 돌봄노동 참여에 대한 요청도 있다. 그동안 동아리적인 차원에서 진행해 왔다면 사회적 협동조합 틀에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희 실무자들은 저축조합을 하고 있는데, 몬드라곤 사례를 보니 은행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진행한 것인데 지금은 기능이 많이 축소되어 있다. 저축조합 역시 새롭게 기능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협동조합 기본법은 협동조합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측면이 있다. 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이런 노력들이 결합이 된다면 지역사회에서 운동을 펼쳐낼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박승옥: 사실 저도 이번에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위한 연대회의 활동을 하면서 좀 놀랐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하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조직과 단체가 너무나 많았다. 신용조합과 공제조합은 물론이고 돌봄, 유치원, 공동육아, 청소, 생산협동조합 등등 연대회의에 가입한 연합 단체와 협동조합들이 무려 30여 개가 넘었다. 이들 대부분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지 않을까 싶다.

유영우: 건전한 세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건강하게 다양한 영역에서 실현되게 해야 하는데, 기존의 협동조합 단위들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 이들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의 모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생협이나 신협이 적극적 지원과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왜곡되거나 변질된 협동조합이 끼어들 틈새를 막아줄 수 있다. 신협도 신협의 취지가 왜곡될 때 만든 사람들이 많다. 몇 명 출자해 형식은 다 갖추고 사금융처럼 운영하다 외환위기 때 철퇴를 맞았다.

5. 협동조합법 새로운 실험의 계기

장원봉: 일본의 한 워커스 콜렉티브(Worker’s Colloective) 조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조합원들에게 ‘왜 여기 참여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세 가지 얘기를 하더라. 첫 번째 여성들이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때문에 자기 고용을 위해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지역에서 자기가 필요한 분야의 서비스나 재화를 공급해 사람이 없어 조합을 통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워커스 콜렉티브를 통해 보육을 해결하고 있었다. 세 번째, 여성으로서 자기실현을 위한 것이었다.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답해줄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이렇다. 생협은 친환경 농산물을 먹고 싶은데 아무도 안 해주니 한살림이 한 것이다. 신협도 노동자들이 은행에서 돈 못 빌리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거나 국가에서 해주는 데 익숙해져 있다. 우리 국민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까.

김재겸: 지역에 사는 조합원들 입장에서 보면 생협에 참여 하면서 이웃과의 관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령 기초조직인 마을 모임에서 인간관계를 나누는데, 입시정보를 나누는 수준의 관계에서 만날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면서 진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구나라는 생각까지는 가는 것 같다. 이제는 그걸 넘어 지역 사회에서 자신의 필요를 해소하는 지속적인 사업의 형태로까지 발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본의 경우는 이러한 요청에 대하여 조합원 들이 참여하고 생협이 지원하고 해서 상당한 조직적 형태를 만들어 왔다. 워커스 콜렉티브 사업체가 바로 그 것이다. 우리도 수년 동안 실험이 있었지만 거기까지 가지 못 했는데, 협동조합법 제정을 계기로 다양한 실험이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유영우:

 

신협도 많이 왜곡돼 있다. 정부의 공적부조를 받으면서 금감위 관리 감독 체계 아래 들어가 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협동운동에 대한 운영 주체들이 정체성 일어가는 잃어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쟁 구도 속에서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들을 협동조합 운동에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정체성을 스스로 잊어버린다. 단시간에의 급성장도 안 좋은 영향 미친다. 1980년대 신협이 그랬다. 단위 신협들이 확산되면서 사이비 신협도 생겨났다. 그러면서 덩치가 큰 것이 좋은 거라고 알았던 거다. 결국 속으로 다 곪고 정체성을 잃었다. 생협도 짧은 시간에 팽창하고 있어 내부 문제 존재할 거다. 신협이나 생협 마찬가지로 조합원들 책임과 의무 갖고 가느냐가 관건이다. 신협에서 ‘참조합원’ 얘기 많이 한다. 조합원들이 협동정신에 맞게 책임과 권리를 하느냐이다. 신협은 참조합원 비율이 크지 않다. 조합원들이 금리 따라 농협 갔다가 새마을금고 갔다가 저축은행 갔다가 뜨내기로 왔다갔다 한다. 이들은 협동운동 조합원이 아니다. 열심히 하는 신협 조합원들도 있지만 협동조합 운동이 기본법 통해 확산되기에는 이런 전례들 때문에 일반 다수 국민들이 동의하고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은 굉장히 취약하다고 본다. 굉장히 부정적 측면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측면은, 경쟁 체제나 자본주의 논리 체제들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운동을 건전하고 건강하게 전달하고 만들어 갈 것이냐는 노력 여하에 따라 긍정적이라고 본다. 협동조합 운동은 도전 아니겠는가. 부정적인 측면은 보완하고 평가하고 긍정적인 측면에 더 노력해야 한다.

박승옥: 문제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과 전쟁의 가치를 유일무이한 가치로 내면화한 결과가 지금의 0.1% 대 99.9%의 극단의 양극화 사회, 사막화 사회이다. 이런 가치 대신에 협동과 평화의 가치와 경제가 새롭게 밑에서부터 스스로 새로운 경제 체제와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실 한국의 신협운동은 초기에는 협동조합운동의 원칙과 정체성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었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 신협의 대출 금리는 3% 이내였고 당시의 고리채를 없애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조합원 교육도 엄청 했다. 당시에는 신규 조합원들은 반드시 신협 연합회의 교육을 받아야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유영우 선생님 얘기대로 1980년대부터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경쟁의 가치를 신협이 받아들이면서 조합원들의 상호부조 기능보다 돈벌이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PF 시장에 신협이 뛰어들었고 급기야 1997년 IMF 사태 때 무려 500여 개가 문을 닫고 말았다. 지금 신협은 사실 소수를 제외하고는 협동조합이라고 볼 수조차 없다. 농민들 고혈을 빨아먹고 있는 흡혈귀같은 관제 농협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협동조합운동이 이제 다시 새롭게 활성화되어여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6. 협동조합도 ‘질’이 중요하다

장원봉: 새로운 주체들이 늘어날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희구: 저도 생협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아무 거나 막 먹고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웃음) 한살림 등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정직하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최소한 있다’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치보다 여전히 ‘소규모’이고, ‘끼리끼리’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좀 든다. 생산에서 유통, 소비하는 영역 어느 한 지점도 놓치지 않고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 참여에 대한 책임과 이익의 분배 등이 가능하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과 친하니까’, ‘좋은 일 하니까’와 같은 자급자족적 측면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사례들을 발굴해서 홍보를 하는 등 우리 스스로가 신명날 수 있는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이 얼마든지 커나갈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에 참여하면 국극적으로 사회 기여한다는 것, 협동조합에 참여하다보니 행복이 그곳에 있더라는 의식이 우리 스스로의 뇌리에 박혀야 한다.

김재겸: 가치공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가치공유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지는 서비스나 물품의 질이 어느 정도 확보하는 노력 역시 필요 하다. 두 가지가 같이 가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생협 역시 처음 시작할 때와 다르게 지금은 대기업들이 유기농산물 시장에 진출해 있고, 수입 유기농산물 역시 많이 유통되고 있다. 유기농산물은 생협에 가야 살 수 있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트에 가면 대기업 유기농 제품을을 쉽게 볼 수 있다. 물품의 내용 면에서나 서비스의 내용 면에서도 일정 정도 경쟁력을 가지면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승옥: 협동조합 경제의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생협을 비롯한 다양한 협동조합에서 입증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경제 활동의 모든 분야로 확산시키는 작업일 것이다. 먹을거리 안정성이란 신뢰가 붕괴된 상태에서 한살림이 조합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듯이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의 경우에도 복마전같은 장례산업의 신뢰 붕괴를 조합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급속하게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쉽게 말해서 한국에서 상이 났을 때 장례식장상조회사를 이용하는 순간 무조건 바가지와 덤터기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데,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는 장사물품과 장사서비스를 투명하게 직거래 공동구매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결과적으로 수백만원의 장례식 비용을 절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식산업도 마찬가지이다.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에서는 곧 혼인계도 시작하려 한다. 이런 식의 협동조합 방식은 사실 경제활동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7. 협동조합,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원봉: 후배 협동조합 운동가들은 선배들의 전철을 밟아갈 것인데. 선배로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조언을 하자면. 현장에서 빈번하게 느끼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

유영우: 실질적인 조합원이 아닌 형식적 조합원이 많다는 것이다.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면서 그 자체에 동의해주면서 조합원 가입해 활동하는 참조합원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그 가치와 철학에 동참할 수 있느냐가 큰 과제인 것 같다. 신협 특히 그런 것 같다. 지금의 신협에서 대부분 얘기가 이런 것이다. 가치가 공유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금융이라는 상품을 통해 자산 덩치를 키우면 자연스레 발전해 갈 것이라는 논리들이 내부에 강하게 있다. 그런데 금융시장 내에서 보면 다 금융권과의 경쟁력이 신협이 되나. 안 된다. 은행의 보험업 규제도 다 풀어주지 않았나. 자산 규모가 신협과 게임이 안 된다 경쟁의 구도 자체가 안 된다. 말 그대로 협동조합 운동이기 때문에 조합원들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고, 그 속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협동의 정신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협동조합 운동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 사회적 분위기가 워낙 경쟁을 우선하고 물질을 제일로 삼고 있어 그런 정신 실현이 만만치 않다. 논골신협 같은 경우에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돌파하고자 한다. 잉여금 생기면 우리만 갖는 게 아니라 지역에 환원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가치에 동의하고 동참하도록 만들어 가려는 것이다.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동의가 잘 안 된다. 잉여금 생기면 조합원들이 나눠 가져야하는데 지역에 환원하고 다양하게 쓰일 수 있게 활용하는 것을 동의해주기 쉽지 않다. 농어촌 가면 공동체 정신에 대한 공감대가 남아 있지만 도시에서는 더 힘들다.

지희구: 조직의 목적에서부터 출발해보면 신협은 조합원들이 필요할 때 돈 잘 빌려주고 조합원은 돈 잘 갚는 것이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살림은 믿을 만한 식자재를 공급해주는 것 아닌가.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들 한명 한명이 그 가치와 철학에 기초해 움직여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협동조합은 그 조직이 발현할 수 있는 가치 표현들이 자기 본연의 사업들을 통해 가능한 것 아닌가. 저희 같은 경우에는 기업의 성과가 사회적 환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내가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돈의 문제로 들어가면 인색하다. 지난 해 회사 송년회 행사 대신 지역에 기부하는 나눔의 송년행사를 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실현을 위해 한 발 앞서는 기업문화의 창출을 통해서도 의식은 자극을 받으며 변화한다. 물론 무엇보다 우진교통은 안전과 친절운행이 곧바로 사회적 역할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전체 구성원 모두 열심히 교육하고 있다. 향후 운수업체로써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의 다양한 컨텐츠가 선보이지 않을까한다.

유영우: 기본적으로 각자의 협동조합, 즉 우진교통은 안전하고 친절한 교통서비스 제공이 기본이고, 신협은 모든 조합원들에게 좋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고. 생협은 안전한 먹을거리와 각자 생활 영역에서 추구하는 가치 추구가 기본적으로 가야 하는 거다. 협동조합을 통해 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를 얼마나 공유하고 있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의 대안이고 해법이라면 이 가치 공유하고 해법을 함께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거다. 협동조합 운동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조합원들 각자의 삶 속에 실현할 거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김재겸: 처음 시작할 때의 생협은 물품도 적었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 물품을 공급했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물품 나눔에 참여 하면서 가격 경쟁력 생겼다. 공동체 공급이라는 방식을 통하여 물품 나눔의 참여와 소통을 함께한 것이다. 지금은 기초조직을 하는 형태로 조합원을 조직하고 있지만, 많은 조합원과는 물품 받을 때 외에는 커뮤니케이션 안 된다는 고민이 있다.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고민 중이다. 구매조합원의 경우도 아이가 태어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 가입게 되는데, 아이들이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면 구매에는 관심 멀어진다. 그 이후에는 조합원 들의 욕구와 필요가 달라지게 된다. 새로운 조합원 조직 방식 도입되면 새로운 가능성 열리지 않겠나.

박승옥: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지역공동체를 다시 복원하는 근거지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자본주의의 경제인들이 모인 경제 단체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실명의 인간관계로의 변화, 단순히 물품과 서비스의 직거래 공동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자립자치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협동조합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이제는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

유영우: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협동조합의 기본 중 하나다. 협동조합 사업에 일상적인 참여 활성화가 중요하다. 연계된 다양한 사업들을 만들어서 참여가 활성화 되고, 참여를 통해 가치를 느끼고 배워야 조합의 발전이 있다. 참여활성화 시스템을 잘 구축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신협은 다양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주유소, 장례식장, 대형슈퍼 등. 다른 일반 업체보다 마진을 낮춰서 신협의 이름으로 지역사회 일정정도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에어로빅 교실 등 각종 문화프로그램, 법률구조 운동 등 이런 것들을 한다. 그런 것들을 열심히 하는 신협에 가보면 안정적이다. 자산도 안정적이고 조합원 참여율도 높다. 이런 것들을 등한시하는 신협 가보면 자산 규모 커도 모래알 같은 거다. 저축은행 사태 나서 예탁금 엄청나게 빠져 나가 복원이 안 되는 신협이 있다. 웬만하면 지역 마다 자활 공동체, 사회적 기업이 다 있다. 지역사회에서 그런 곳들과 함께 출발해 나가면 긍정적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협동조합지원 네트워크 같은 구조를 만드는 거다. 사회적기업 등 뭐든 다 들어오게 해서 공동논의 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사업 개발하고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모델이 확산돼야 한다.

장원봉: ‘논골신협이 성동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뭐냐’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지역 안에서 국민은행과 논골신협의 다른 존재 가치를 설명할 수 있나.

유영우: 논골신협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해 왔다. 다만 만족스러운 것 같지는 않다. 여러 요인이 있다. 금융시장 문제부터 해서 신협이 갖는 자체적인 한계, 지역사회의 환경 조건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협동조합 주의자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 철학에 충실할수록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재겸: 처음에는 생산자와의 연대의식에서 출발했다. 한살림이 있어서 저 생산자와의 연대가 가능해지고 대안적인 생산도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평범한 주부로 출발해 기초조직, 지역조직에 참여해 자기실현을 하면서 한살림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 지역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존재로 나아갈 수 있는가가 앞으로의 과제다.

8. 0.1%의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99.9%의 협동경제

장원봉: 끝으로 한 마디씩 정리의 말씀을 부탁한다.

지희구: 회사 전체 구성원이 조합원이고 전체 구성원이 노동자인 우진교통은 구성원의 동등한 권리와 의무, 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운영해오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구성원 전체 교육을 통해 문제점을 공개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토론 조직을 꾸렸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여러 어려운 경영상황을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헤쳐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구성원들 대부분 평생 운전하며 살던 분들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부여된 책임을 지키기위해 공부하고 토론한 것이다. 기업의 가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함께 만들 때 최고의 성과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경쟁력의 측면에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경영책임자의 리더십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박승옥: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세상을 동시에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고립된 개인들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무력감만 느낀다. 이제 협동조합과 함께 작은 실천에서부터 더불어 함께 상부상조의 공동체를 복원하고 나아가 99.9%가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도록 협동조합운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영우: 개별화 된 협동조합 진영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협동조합 운동 협력 구조를 만들어서 닥쳐올 여러 가지 것들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비전도 세워야 한다. 새롭게 만들려는 분들께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김재겸: 우리사회는 양극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회이다. 더군다나 사회안전망은 너무 빈약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협동조합이 해야할 일은 많다고 생각한다.

장원봉: 긴 시간 대화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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