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평생 조합원이 되고자 함 (안인숙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회장)

칼럼

2000년 5월,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이 되었다. 1

농약 걱정 없이 껍질 채 먹을 수 있는 사과가 필요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길거리 음식도 잘 먹고, 길바닥에서 할머니가 파는 나물이나 호박도 잘 산다. 사회는 전체적으로 걱정스러운 부문이 많기는 했지만 나의 일상은 고요하고 아무 일 없어서, 대단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조합원이 된 것은 아니다. 그저 생협이 일하는 방식과 목적이 마음에 들었다.

​  나의 삶은 무료했고 온전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은 가지지 못했다. 임신과 출산은 자연스럽게 내 생활을 부엌과 놀이터로 한정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로 인해 행복했지만, 삶의 보람은 몰랐다. 어차피 엎어진거 쉬었다가 가자고 이러저러한 취미생활도 해보았지만, 충만하지 않았다. 이웃을 사귀어 음식과 정을 나누었지만, 언제나 머물러 있는 듯한 일상은 지루하고 한편, 짧았다.

16년이 흐른 지금, 협동조합을 보다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배우고, 협동조합에 취업해 보고, 협동조합을 만들어도 보고 했더라면, 인생의 휴지기는 없었을까?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피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치와 활동, 사명과 활동이 공공연히 논의되고 실행되고 평가되는 협동조합의 사이클을 일치감치 경험했더라면 좋았을 것이었다.

​  ‘여성’과 ‘협동조합’이 하나로 결합된 ‘여성민우회생협’은, 정확하게 말하면 조합원이 동의하여 만들어냈던 그 이념에 나는 완전 동의가 되었다. 당시 함께 했던 우리들이 그러하리라. ‘부엌에서 세상을 본다’, ‘먹거리로 바꿔가는 세상’이라니! 그 슬로건에는 우리가 선 자리, 그 자리에서 보이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행동하는 여성의 결의가 담겨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관점, 그것에 나는 헌신하고 싶었다. 헌신하는 삶이란 인내하고 양보하고 자기를 버리는 뭔가 좀 힘든 일? 나는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삶에서 각인된 첫마음을 간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저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헌신이라고. 그래서 나중에 나는 보이지 않고, 우리 사이에 놓인 그 관점에 대한 의지만이 남는 것.

​  나에게 첫마음은, 여성억압을 비롯하여 권력관계에서 비롯되는 억압에 대한 혐오, 사람은 각각의 달란트를 가진 고유한 존재이며 서로를 완성시켜가는 역동적 관계에 있다는 것, 한계를 인정하는 교양을 갖춰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의식을 품고 있기만 하지 않고, 실현하며 사는 것, 생각한대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했고,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시작이다.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 돌이켜 반성하게 된다. 지금 여기저기서 협동조합에 대해 교육받고 설립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관점을 요구하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보다 일의 목적을 명확히 하도록 묻는 것이라 생각한다. 협동조합은 가입과 탈퇴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 그 이상이다. 협동운동의 철학과 이상에 동의하고, 여럿이 일을 도모하길 즐기며, 평등하고 자발적인 협력관계를 만드는 생활을 결의하는 것이다.

​ 공식적인 활동을 마치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 역시, 뒤이어 오는 사람들이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세대를 잇는 협동운동의 작은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거기가 내 자리다.

(글 : 안인숙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회장,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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