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기획취재] 1 우리에게 돈이란 무엇인가?

<옥천신문편집자주_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돈’에 관한 이야기다. 돈 없이도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물질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정신적 성숙함을 얘기할거라고 예상했다면 틀렸다.

 

기자는 이제부터 돈 없이도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비법을 말하려고 한다.

 

내 주머니에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가 없어도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을 당신은 반길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5천여 곳 이상의 크고 작은 지역에서 시도된 ‘레츠’에 관한 이야기다.

 

레츠(LETS : 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는 우리말로 풀어쓰면 지역통화시스템 또는 지역교환시스템 정도가 되는데

 

보통 이해하기 쉬운 ‘지역화폐’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쓴다. ‘돈’이면서도 ‘돈’이 아닌 지역화페, 레츠 이야기를 시작한다.>

 

 

■ 우리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돈은 선사시대에 쓰인 조개껍질이었다. 커다란 돌, 희귀한 생선뼈, 소 같은 유용한 가축이 돈으로 쓰인 때도 있었다.

 

로마시대에는 소금을 돈처럼 사용했다. 소금을 뜻하는 영어 ‘솔트(Salt)’에서 월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가 나왔다.

 

기원전 500년쯤 지중해 일부와 중국에서 청동으로 만든 금속화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원후 10세기 북송시대에는 ‘교자(交子)’라고 하는 종이로 된 약속어음이 쓰였다. 현대적 형태의 종이돈, 즉 지폐를 최초로 사용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13세기 ‘교초’라는 지폐를 통용했다. 유럽에서는 이보다 약 400년 뒤인 1661년 스톡홀름에서 최초의 지폐를 발행했다. 현대에는 아예 플라스틱 카드 한 장에 무한대의 돈을 넣고 다닌다. 마이너스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갖고 있지 않은 돈까지 만들어 쓸 수 있다.

 

 

최초의 돈인 조개껍질부터 현대의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돈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 그것을 교환수단으로 인정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사람들은 돈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판다.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은 종이 위에 그림과 숫자, 문자가 조합된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돈으로서 제구실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그 합의는 오로지 돈, 즉 현금(지불수단으로서 수표와 신용카드 등을 포함해)에 한해서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정말 돈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상황을 철학자 엘런 와트는 “돈이 없기 때문에 서로 간에 가치를 교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측량단위가 없기 때문에 집을 짓지 못한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생각을 1983년 캐나다의 코목스 밸리라는 작은 섬마을 광산촌(코트내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마이클 린튼이라는 사람도 했다. 지역화폐, 레츠가 탄생한 역사적 순간이다.

 

■ 현금 없는 경제활동은 불가능할까

 

코트내이는 인구 5만명의 작은 섬마을이었는데 미 공군기지와 목공소가 지역경제을 지탱하고 있었다. 1980년대 미군 기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목공소마저 폐쇄되자 지역경제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고 실업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졌다고 해서 목공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가진 능력이나 경험, 의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린튼은 의문이 들었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 왜 우리는 불황에 힘들어 해야 할까’, ‘단지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경제행위를 할 수 없는 현실은 정당한가’,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스스로 만들지 말란 법은 있는가’ 등등.

 

 

이런 고민 위에 린튼은 1983년 코트내이 레츠를 시작했다. 2년 만에 회원은 500명에 이르렀고 회원들 간의 교역량은 달러로 환산했을 경우 30만 달러(약 3억2천만원) 수준에 이르렀다. 레츠의 작동 원리는 간단했다. 레츠에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환하기를 원하는 물품, 서비스 등을 목록으로 만들어 게시판에 올린다. 회원들은 ‘제로(0)’에서 시작하는 계정을 만들어 거래를 할 때마다 플러스, 마이너스 내역을 등록하게 된다. 가령,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할 주민이 이를 레츠 게시판에 올리면 시간이 되는 사람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를 맡긴 사람 계정에는 마이너스가 기록되고 노동력을 제공한 사람 계정에는 플러스가 기록된다. 둘 사이에 돈은 오가지 않고 거래의 기록만 남는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은 돈 없이도 서로가 필요한 것을 채워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돈만이 교환의 유일한 수단이라 여겼던 사람들에게 레츠는 새로운 관계맺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강수돌 교수는 레츠의 의미에 대해 ‘하나는 돈이 없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상부상조하는 연대의 시스템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규모의 지역적 교환을 활성화 시켜 자생력과 자립성을 기름으로써 생태적으로도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튤립 한송이 값이 8천만원

 

다시 질문을 던져 본다. 돈이란 무엇일까. 여기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을 살펴보자.

 

17세기 유럽의 강대국 네덜란드에 튤립 열풍이 불어닥쳤다. 부자들 사이에서 튤립에 대한 수요가 일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에 편승한 장사꾼들이 튤립 사재기에 나섰고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튤립 가격에 모든 국민이 튤립을 사기 위해 안달이 됐다. 하지만 비이성적으로 달아오른 튤립 가격은 한순간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며 네덜란드 경제를 뒤흔들었다. 현재의 화폐 가치로 당시 튤립 한 송이 가격이 가장 높았을 때는 7만6천달러(한화 약 8천만원)까지 올랐다 한다. 하지만 시장이 붕괴하면서 튤립 가격은 불과 6주 만에 1달러로 떨어졌다.

 

1913년 독일의 환율은 1달러 당 약 4.2마르크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1년이 되면서 환율은 184마르크로 올랐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922년 말에는 7천350마르크까지 뛰었고 1923년 11월에는 천문학적인 수준(4.2조 마르크)에 이르게 됐다. 공장마다 매일 임금교섭이 벌어졌고 하루에 두 번 지급되는 임금을 한 시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두 사건은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 있는 돈의 가치가 사실은 얼마나 투기적이고 불확실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앞서도 말했듯 돈이 돈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합의가 깨질 경우 돈은 말그대로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레츠는 돈이 아닌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화폐경제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레츠가 지역사회를 일으키고 실제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윤택하게 한 예는 많이 있다.

 

1930년대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작은 마을 베르글에서 마을 이장인 미하엘 운터굿겐베르거씨가 마을회의를 통해 레츠를 도입했다. 당시 베르글 전체 인구는 4천300명에 불과했는데 이중 500여명이 실업자였으며 1천 여명의 예비 실업자가 있었다. 베르거 이장의 생각은 단순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부자들과 은행이 돈을 쌓아놓고 순환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르글 마을의 레츠는 여기에 착안해서 만들어졌고 13.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평균 8회나 소유자를 바꾸며 지역 안에서 464회 돌았다. 실제 발행된 레츠는 5천490실링에 불과했지만 464회 순환을 거치며 254만 7천360실링(한화 약 71억원)에 해당하는 경제활동이 이뤄진 것이다. 이것은 당시 오스트리아 국가 화폐의 회전율보다 14배 빠른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베르글은 오스트리아 최초의 완전고용을 달성한 마을이 되었다.

 

 

■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힘, 레츠

 

우리는 흔히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살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지역사회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져든지 오래됐고 돈이 돌지 않는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월급을 더 받거나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직장에서 월급을 더 받아 소비를 늘려야 한다.

 

월급을 더 받기 위해서는 사업이 성공해 회사의 이윤이 늘어야 한다.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존의 자본주의 문법에만 빠져 있다. 돈을 벌 방법은 보이지 않는데 돈만이 유일한 해법이라 믿고 있다.

 

 

레츠는 이에 대해 다른 세계를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거래가 아닌 관계를 지향하고 돈이 아닌 사람이 만나는 삶을 꿈꾸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활동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으로 매개되는 제품, 서비스 같은 것이다. 돈 말고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다른 삶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미국 포틀랜드 지역의 레츠 활동가 앤 리카르드씨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레츠가 아니었다면 서로 모르고 지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과 비용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레츠는 사람들에게 마음놓고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 참고자료 : 미래를 여는 희망의 돈 – 아베 요시히로. 이즈미 루이, 돈의 인문학 – 김찬호, 이윤과 권력을 넘어서는 레츠 운동 – 강수돌

 

<취재지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연합기획취재단: 옥천신문, 용인시민신문, 남해시대신문, 태안신문, 해남신문, 사회투자지원재단>

 

 

본기사는 옥천신문의 동의하에 중복게재 한 것입니다.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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