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사회적경제 10년의 성과와 과제

 

사회투자지원재단, 2010년 노원지역에서 ‘사회적경제 함께만들기’ 시작

공동생산, 의제, 사업연합, 맞춤형의제회의 등 사회적경제 이슈 시도·선도

앞으로의 10년, 새로운 아젠더 생산의 시기 ‘가치실현을 위한 전략사업단’ 제안도

재단, 노원에서 새로운 10년은 ‘시민주도’ ‘자산화’ ‘지역연구’ 모델링

지난 11월 23일 노원구청 소강당에서는 ‘노원사회적경제 10년’을 기념하며 토론회가 있었다. 노원지역에서 최초 지역단위 사회적경제활성화 활동을 시작한 사회투자지원재단에게도 이번 10주년 행사는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재단은 2010년 4월 노원구로 사무실을 옮기며 ‘노원구 사회적경제 함께만들기’를 시작했다. 당시에 재단에서 시도했던 ‘함께만들기’ 사업은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당사들과 구상과 실천을 함께’하기 위한 재단의 대표적인 활동이었고, 이 활동은 노원구를 시작으로 광진구, 강북구, 인천 부평구, 성남시 등과 협약을 맺고 진행한 역사가 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노원구 사회적기업협의회와 함께 네트워크 회원을 모으고 2012년도 ‘노원 사회적경제협의회’를 창립하였다. 이 협의회는 2015년도 노원 사회적경제연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화하여 지금까지 노원지역 사회적경제의 핵심 주체로 활동하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노원구 사회적경제 10년 돌아보기 (노원구사회적경제10년 성과보고회 우순영 센터장 발표 자료중)

 

노원지역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물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2012년도에 있었던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노원구청과 노원사회적경제협의회, 사회투자지원재단 컨소시엄으로 서울시의 통합지원사업에 응모하여 3년 동안 생태계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초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생태계조성사업 시기에 연대 조직을 법인화하기도 했고 지금의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입주해 있는 독립공간(사회적경제 클러스트사업)을 조성하기도 했으며 특구사업을 통해 자원순환 사업연합을 구성하기도 했다.

 

노원구는 지난 10년간 사회적경제에 어떤 메시지와 이슈를 던져왔는가?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이슈는 ‘지역 의제의 발굴과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개별 조직들의 설립과 성장에 주력했다고 한다면, 노원지역에서는 ‘사회적경제가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사회 문제’, 즉 ‘의제’에 집중했다. 2012년도 노원지역 의제 개발을 위한 자원조사와 마을별 의제 개발을 위한 주민행동툴킷 워크숍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의 어떤 갈증과 결핍을 해결하는 조직이 될 것인가에 대한 자기 점검을 늦추지 않도록 했으며, 다양한 주민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적경제 활동을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운동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2년도 당시 먹을거리, 청소년, 일자리, 자원순환, 장애인, 돌봄 등 10개 분야 의제를 발굴하고 노원구의 이러한 노력은 서울지역의 다른 자치구에도 확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두 번째 키워드는 ‘사업연합’의 모델이다. 성장기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대부분 매출 확대를 위해 공공 및 시장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한다. 노원에서는 이러한 공식을 ‘사업연합’ 형태로 발전시켰다. 즉, 지역조사를 통해 발굴된 ‘의제’에 모인 사회적경제 조직과 비영리조직, 소비자 등이 사업 연합체를 구성하여 지역사회에서 규모화, 시스템화하고 소비와 생산을 촉진하는 사업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으로 협의하는 구조이다. 노원지역에서 그 대표적인 모델이 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을 들 수 있으며 최근에 지역 돌봄 분야에서 함께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 새롭게 출범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민· 관 거버넌스의 구체적 실현’이다. 사회적경제 부서 담당 팀장 주무관과 노원지역 사회적경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해 3개월 이상 공동 워크숍을 추진했으며 지역자원 조사와 의제 워크숍 또한 행정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정기적으로 실무 논의구조를 가져가며 사회적경제 정책과 실행의 ‘공동생산’을 추진하려고 노력했다. 노원구는 2012년도부터 의제별로 해당 부서와 ‘맞춤형 의제 회의’를 통해 민과 행정이 공동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노원구사회적경제10년 성과보고회 김후근 노원구청 일자리경제과 과장 발표 자료

지난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노원구청 김후근 일자리경제과 과장은 “노원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시작되는 그 시점부터 민과 관이 공동생산을 해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노력이 지금의 기반이 되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친해지고 신뢰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갔지만, 민과 행정이 함께 ‘공동생산’해야 한다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건강한 사회적경제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노원지역에서 다양한 아젠더와 이슈를 시도하고 선도해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인가.


현재 상황에 대해 그리 낙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사랑의 손맛 백미선 대표는 “지난 10년간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는 등 노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양적 성장을 추진해 왔지만, 사회적경제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오류가 확산되면서 위기의식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도구에 매몰되지 말고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공동의 장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시민단체, 주민공동체, 경제주체 등과 협력하는 ’공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주장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나치게 ‘기업화’ 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현장에서 제반 지역 조직들과 연대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연석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우순영 노원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발제를 통해서 “앞으로 10년, 노원지역에서 사회적경제는 △지역화 전략 수립 –관계망 확장 △주민 생활밀착형 사회적경제 실현 △민관 거버넌스 체계 형성 및 활성화 △지속 가능한 지역기반 형성(공간 자산화, 사업연합 확대) 등 몇 가지 사안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노원에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며, 몇 가지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모델링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시민 주도성을 갖는 사회적경제’를 갖기 위한 실질적 활동의 정착이다. 지난 10년의 활동은 의식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 대표들의 리더십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마을에서 동네에서 시민주도의 사회적경제 운동이 더 활성화되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마을단위, 동네 단위 이슈 접근이 필요하며 생활밀착형 운동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지역 연구’ 모델링이다. 지역의 사회와 환경의 변화와 시민들의 갈증과 필요를 연결할 수 있다면, 지역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속에서 향후 발전 전망을 조망할 수 있다면 그런 지역은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원에는 이런 지역 주도의 연구와 지역의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연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앞으로 재단에서는 ‘지역 기반 연구소(연구조직)’의 모델링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세 번째는 사회적경제 당사자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높일 수 있는 ‘자산화’ 과정의 조직과 핵심주체로의 참여이다. 지난 10년의 성장은 공공에서의 물적 기반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물적 기반이 심하게 흔들리고 변화하는 과정을 겪어 왔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당사자 중심의 공간과 기금을 갖출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세 가지 이슈 모두 짧은 시간에 목표를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라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준비할 계획이다. 또한, 재단은 노원에서의 10년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노원에서의 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23일 노원구청 소강당에서 갖은 ‘노원 사회적경제 10년 성과보고회’

김유숙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사회적경제주체 네트워크는 왜 중요한가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 사회적관계망을 넓고 두텁게

사회적자원 시작은 사회적경제 당사자 네트워크 상호작용부터 시작

당사자 조직들의 소통과 자기 개혁부터 그리고, 사업연합으로 발전 전망을 꿈꿔야

 

최근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이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과 주체 네트워크 형성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수익창출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운동에 있어서 핵심 주체라고 할 수 있고,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논의구조 속에서 지역사회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설립 목적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재무적으로 취약하고 불안정한 구조에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정부지원 등의 외부적 지원이다. 그리고 그 지원의 양과 질, 직접적 지원과 간접적 환경조성의 우선순위이다. 사회적경제 운동이 막 시작되었던 시기에는 정부의 인건비, 사업비, 공공구매 등과 같이 직접적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정부 의존을 벗어난 자립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  ​장기적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의 주장이고 다수의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이해진 2019,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2017, 제3차 사회적기업육성기본계획 2018 등)

국내외 연구결과 :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네트워크 필요성 두각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인들은 무엇일까? 사회적기업이 제도화되고 난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해진(2019)은 사회적경 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조건들과 네트워크의 효과를 분석한 다중회귀분석결과‘시민사회단체와 연계협력을 경험할수록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 이해진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 조건으로 네트워크에 기초한 연대와 협력의 영향력을 실증적인 분석하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경제조직과 관련된 네트워크, 생태계 그리고 관계망에 주는 함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결과는 유럽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연구소(Euricse) 지안루카살바토리(2017) 대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크게 6가지 주요한 원칙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작은 △ 시민사회의 깨어 있는 의식속에서 사회적경제 운동이 시작되고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다양한 지원(인프라와 금융 등)이 활성화 되며 △ 외부적 지원 체계가 갖춰지면서 사회적경제 조직 내부의 자기개혁과 상호작용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 △국가와 EU 정책들 규범화되고 다시 시민사회로 환류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의 자기 개혁과 조직적 소통과 상호작용이 ‘혁신’의 수준으로 진행되었을 때 건강한 사회적경제 조직과 제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안루카살바토리 대표는 특히 “새로운 조직들은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고, 사업수완이 빈곤하고 기술이 부족해 여러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규모 확장성도 낮고 2차 조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요. 사회적경제조직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공재정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졌고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라고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의 역할을 강조했다.

(http://www.s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

[그림1]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요소들

※ 출처 : 제8차 ILO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 발제 중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사회혁신 ‘지안루카살바토리’ 유럽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연구소(Euricse) 대표 발제문(2017.6

사회적경제 당사자 네트워크(연맹)의 사례

​대표적인 협동조합 국가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트렌토 지역에도 당사자들의 연합회와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모든 것이 열악하고 살기 힘들었던 산간지역인 트렌토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자립을 위해 트렌토 사람들은 독일의 라이파이젠 신협운동, 그리고 영국 로치데일의 경험을 연구하면서 생협과 신협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아 약 170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2만 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협동조합 중심의 경제를 기반으로 현재 트렌토는 재정자립도가 100%의 안정적인 도시가 되었다. (https://www.cooperazionetrentina.it/)

이 흐름의 중심에는 1895년에 탄생한 ‘트렌토 협동조합연맹(Federazione Trentina della Cooperazione)’이 있다. 트렌토의 개별협동조합들은 규모가 매우 작다. 그러나 조직력과 단결력이 좋고, 단일 연맹 안에 모두 소속되어 있으며, 지역사회와 깊은 연관관계를 가진다.  2010년 현재, 547개. 조합원 수는 23만5000명에 이른다. 그중 5400명이 협동조합의 임원으로 일하고, 전체 고용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한다.

​  ​연맹체인 트렌토협동조합연맹(Federazione Trentina della Cooperazione)은 소속 협동조합의 경영상태를 파악하고, 협동조합 정신에 맞게 운영되는지 감사하는 일을 주요하게 진행한다. 연맹은 모든 조합의 이윤 3%를 모아 협동조합 발전기금을 위한 펀드를 만들고, 새로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협동조합에 빌려주는 데 쓰고 있다. 이 덕분에 트렌토 지역은 이탈리아 평균보다 실업률이 5%포인트 이상 낮고 1인당 국민소득이 3000유로 이상이다.

트렌토는 개별 협동조합은 작지만 이 작은 협동조합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한다. 네트워크의 성장을 통해 각 네트워크에 소속된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 (2013년 7월 충남발전연구원 국제컨퍼런스 중 발제 내용_ 사회투자지원재단 뉴스레터(http://blog.daum.net/kfsim/8462974)

당사자들의 네트워크로 대표할 수 있는 한가지 사례는 캐나다 퀘백의 샹티에(chantier)에서도 찾을 수 있다. 샹티에는 퀘벡의 사회경제적 연합체로 1995년에 설립됐다.

사회적경제 주체 간의 네트워크 조직을 돕기 위한 “네트워크를 위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일자리창출과 노동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지역 주민간의 끈끈한 공동체조직이다.

​  ​샹티에의 주요 업무는 ▲홍보 ▲사업계획 ▲미개척 분야의 시장 개척 ▲당사자들 간의 협력 관계 구축 등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에 따른 발전 전략을 수립하여 관공서가 시행하도록 촉구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일부만이 참여하는 것보다는 거의 모두가 참여하면서 지역 주민이 갖고 있는 역량 모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는 점에 있어서 이들의 자긍심이 대단하다.(Gesf 2013년 포럼 중)

2012년부터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트렌토, 캐나다 퀘벡의 사례는 한국사회에도 많은 영향력을 줬으며, 지역 및 광역단위에서 사회적경제 부문별 협의회와 당사자 네트워크 등이 설립되고 있으나 그 길이 쉽지 만은 않은 듯하다. 초창기 서울,경기를 비롯하여 수도권의 경우 다수의 네트워크가 내부의 자율성과 자발성에 의해서라기 보다 중간지원조직을 지자체로부터 위탁받기 위해 급히 결성된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내부와 현장으로 부터의 욕구가 아닌 몇몇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소수의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네트워크를 희망하는가?

그래서 다시 한번 당사자 네트워크에 대한 의미와 역할을 조망해 보고자 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왜 네트워크로 뭉쳐야 하는 걸까?

지난 2020년11월에 진행한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임직원 워크숍때 던진 질문이다.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는 왜 필요한가? 우리는 이 연대조직을 왜 운영하려 하는가?

△ 상호 연대와 호혜를 기반으로 한 지지기반 네트워크

△ 현장의 목소리를 왜곡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창구

△ 우리들의 필요를 가장 잘 설명하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 네트워크’

△ 지자체와 협력적 파트너십을 갖기 위해서도 연대조직은 필요

△ 초창기 조직들에게는 선배 조직으로서 많은 정보와 도움

△ 상호거래와 서로 돌봄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동료, 동력

△ 네트워크 구성원이라는 것 만으로도 사회적 가치가 높고 공공성이 상향되는 의미

앞에서 설명한 해외의 유수한 역사를 가진 연합조직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소박할 정도로 네트워크에 기대하는 내용은 담담했다.

그러나 그들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네트워크 구성원들간의 상호 소통과 협력, 그리고 서로 간에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는 바로 그 지점부터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노원의 경우 2011년부터 지역기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당사자들의 모임이 선행되었고, 약 1년의 논의과정 중에 노원구청과 사회투자지원재단과 MOU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주체들은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을 만큼 긴 시간이었지만, 당사자들의 사전 합의와 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서울시와 지자체의 사업파트너로서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공동의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사진] 천안 사회적경제 연대조직 전략수립 포럼

 

이와 같은 사례는 천안사회경제연대(천사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천안사회경제연대의 경우도 사회적기업 중심의 천안사회적기업네트워크(천사넷)에서 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및 비영리조직 등 다른 유사조직들과의 통합과정에서 조직을 해체하고 다시 설립할 정도의 큰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핵심 주체들과 다시 공부하고 공동의 목표를 선정하는데 합의해가는 과정을 갖고 있다. 기존에 천사넷이라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천사넷을 그대로 둔채 후발주자들이 통합되는 과정으로 갈수도 있었지만, 천사연 구성원들은 공동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소통하고 합의하는 시간에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천사넷을 건강하게 해체하고 재창립의 과정을 가졌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노원과 천안의 사례는 사회적경제 민간 네트워크는 모여서 창립총회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립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 운영에 대한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책임이 동반되어야 하며, 민주적 논의구조가 선행되었을 때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길은 쉽지만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은 이번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함께 진행한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중장기전략수립을 위한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경제 조직 리더들이 네트워크에 거는 기대는 엄청나거나 대단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확인되고 전제되어야 하는 지점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2020년 7월부터 충남 당진, 공주지역 네트워크 대표들과 지역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중장기 전략수립을 하자는 목표로 공동워크숍을 시작했다. 전략 수립을 하기 위해 모인 네트워크 임원들은 ‘우리가 바라는 네트워크의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부터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각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과정에 이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상황도 발생했다.

앞의 논의로 다시 돌아가면, 최근 왜 당사자조직, 시민사회네트워크 등 민간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적경제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민간네트워크와 당자자조직의 참여가 단일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해진 2019)

그렇다면 당사자 네트워크가 사회적자본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성격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김용학(2003)은 사회적자원의 주요한 원칙으로 세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는 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취약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담긴 상호 신뢰이다. 두 번째는 구성원들 간의 호혜성을 기반한 자체규범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소속감에 기반 한 관계망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초 단위 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법인 혹은 회원사를 모으는데 급급했지 사회적자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관계망과 신뢰를 만드는 데는 아직 소홀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수 많은 네트워크가 만들어 졌지만 그런 관계망이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사회적자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충남 당진, 공지주역 네트워크는 이런 관계망 회복이 먼저 필요했고 천안과 노원이 그랬듯이 우리가 왜 네트워크 활동을 하려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네트워크 회원들간의 상호 소통과 정보공유를 통해 상호간의 신뢰가 쌓이고 우리 각 단체들이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사회적가치를 충실했을 때 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는 시간이었다.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워크숍 진행 프로세스>  

 

 

 

 

 

 

이번에 함께한 충남 당진, 충남 공주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4개월간 진행한 연구기간과 4~5차례 계속된 워크숍을 통해 크고작은 결실을 얻게 되었다. 작게는 구성원들 간에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이상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운영방향에 대해 합의한 것부터, 개점휴업이었던 네트워크를 다시 되살리면서 재창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처음부터 대단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더하면서 공동의 과업을 향해 공공성과 사회성을 잃지 않고 한걸음씩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는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서로 알아야 하고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뢰와 믿음이 쌓이고 서로간의 필요가 생길 때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씩 더해 나갈 때 사회적경제는 현장에서 지속가능해 질 것이라 믿는다.

< 참고문헌 >

  • 사회적경제활성화방안(2017) 일자리위원회 관계부처 합동
  • 제3차사회적기업육성기본계획(2018.11), 관계부처 합동           
  • 김용학(2003), “사회 연결망 이론”박영사,          
  • 김유숙, 신효영, 신난희,(2020)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시.군 의제발굴 및 중장기전략수립”사회투자지원재단,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이해진 (2019).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협력 네트워크 조직의 관계 :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와 정책연구」, 제9권 제1호, pp.57-89.
  • 박대호 (2015) “충북의 사회적경제와 지역네트워크형성”「사회적기업과 정책연구」pp1-60
  • 지안루카 살바토리(Gianluca Salvatori), 「제8차 ILO 사회연대경제 아카데미」 발제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사회혁신’ 섹션 中),
  • 충남발전연구원(2013)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 ‘이탈리아 트렌토 사례’
  • GSEF 2013년 국제포럼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