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사회적경제 10년의 성과와 과제

 

사회투자지원재단, 2010년 노원지역에서 ‘사회적경제 함께만들기’ 시작

공동생산, 의제, 사업연합, 맞춤형의제회의 등 사회적경제 이슈 시도·선도

앞으로의 10년, 새로운 아젠더 생산의 시기 ‘가치실현을 위한 전략사업단’ 제안도

재단, 노원에서 새로운 10년은 ‘시민주도’ ‘자산화’ ‘지역연구’ 모델링

지난 11월 23일 노원구청 소강당에서는 ‘노원사회적경제 10년’을 기념하며 토론회가 있었다. 노원지역에서 최초 지역단위 사회적경제활성화 활동을 시작한 사회투자지원재단에게도 이번 10주년 행사는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재단은 2010년 4월 노원구로 사무실을 옮기며 ‘노원구 사회적경제 함께만들기’를 시작했다. 당시에 재단에서 시도했던 ‘함께만들기’ 사업은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당사들과 구상과 실천을 함께’하기 위한 재단의 대표적인 활동이었고, 이 활동은 노원구를 시작으로 광진구, 강북구, 인천 부평구, 성남시 등과 협약을 맺고 진행한 역사가 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노원구 사회적기업협의회와 함께 네트워크 회원을 모으고 2012년도 ‘노원 사회적경제협의회’를 창립하였다. 이 협의회는 2015년도 노원 사회적경제연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화하여 지금까지 노원지역 사회적경제의 핵심 주체로 활동하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노원구 사회적경제 10년 돌아보기 (노원구사회적경제10년 성과보고회 우순영 센터장 발표 자료중)

 

노원지역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물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2012년도에 있었던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노원구청과 노원사회적경제협의회, 사회투자지원재단 컨소시엄으로 서울시의 통합지원사업에 응모하여 3년 동안 생태계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초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생태계조성사업 시기에 연대 조직을 법인화하기도 했고 지금의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입주해 있는 독립공간(사회적경제 클러스트사업)을 조성하기도 했으며 특구사업을 통해 자원순환 사업연합을 구성하기도 했다.

 

노원구는 지난 10년간 사회적경제에 어떤 메시지와 이슈를 던져왔는가?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이슈는 ‘지역 의제의 발굴과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개별 조직들의 설립과 성장에 주력했다고 한다면, 노원지역에서는 ‘사회적경제가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사회 문제’, 즉 ‘의제’에 집중했다. 2012년도 노원지역 의제 개발을 위한 자원조사와 마을별 의제 개발을 위한 주민행동툴킷 워크숍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의 어떤 갈증과 결핍을 해결하는 조직이 될 것인가에 대한 자기 점검을 늦추지 않도록 했으며, 다양한 주민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적경제 활동을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운동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2년도 당시 먹을거리, 청소년, 일자리, 자원순환, 장애인, 돌봄 등 10개 분야 의제를 발굴하고 노원구의 이러한 노력은 서울지역의 다른 자치구에도 확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두 번째 키워드는 ‘사업연합’의 모델이다. 성장기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대부분 매출 확대를 위해 공공 및 시장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한다. 노원에서는 이러한 공식을 ‘사업연합’ 형태로 발전시켰다. 즉, 지역조사를 통해 발굴된 ‘의제’에 모인 사회적경제 조직과 비영리조직, 소비자 등이 사업 연합체를 구성하여 지역사회에서 규모화, 시스템화하고 소비와 생산을 촉진하는 사업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으로 협의하는 구조이다. 노원지역에서 그 대표적인 모델이 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을 들 수 있으며 최근에 지역 돌봄 분야에서 함께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 새롭게 출범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민· 관 거버넌스의 구체적 실현’이다. 사회적경제 부서 담당 팀장 주무관과 노원지역 사회적경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해 3개월 이상 공동 워크숍을 추진했으며 지역자원 조사와 의제 워크숍 또한 행정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정기적으로 실무 논의구조를 가져가며 사회적경제 정책과 실행의 ‘공동생산’을 추진하려고 노력했다. 노원구는 2012년도부터 의제별로 해당 부서와 ‘맞춤형 의제 회의’를 통해 민과 행정이 공동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노원구사회적경제10년 성과보고회 김후근 노원구청 일자리경제과 과장 발표 자료

지난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노원구청 김후근 일자리경제과 과장은 “노원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시작되는 그 시점부터 민과 관이 공동생산을 해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노력이 지금의 기반이 되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친해지고 신뢰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갔지만, 민과 행정이 함께 ‘공동생산’해야 한다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건강한 사회적경제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노원지역에서 다양한 아젠더와 이슈를 시도하고 선도해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인가.


현재 상황에 대해 그리 낙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사랑의 손맛 백미선 대표는 “지난 10년간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는 등 노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양적 성장을 추진해 왔지만, 사회적경제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오류가 확산되면서 위기의식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도구에 매몰되지 말고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공동의 장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시민단체, 주민공동체, 경제주체 등과 협력하는 ’공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주장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나치게 ‘기업화’ 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현장에서 제반 지역 조직들과 연대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연석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우순영 노원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발제를 통해서 “앞으로 10년, 노원지역에서 사회적경제는 △지역화 전략 수립 –관계망 확장 △주민 생활밀착형 사회적경제 실현 △민관 거버넌스 체계 형성 및 활성화 △지속 가능한 지역기반 형성(공간 자산화, 사업연합 확대) 등 몇 가지 사안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노원에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며, 몇 가지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모델링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시민 주도성을 갖는 사회적경제’를 갖기 위한 실질적 활동의 정착이다. 지난 10년의 활동은 의식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 대표들의 리더십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마을에서 동네에서 시민주도의 사회적경제 운동이 더 활성화되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마을단위, 동네 단위 이슈 접근이 필요하며 생활밀착형 운동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지역 연구’ 모델링이다. 지역의 사회와 환경의 변화와 시민들의 갈증과 필요를 연결할 수 있다면, 지역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속에서 향후 발전 전망을 조망할 수 있다면 그런 지역은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원에는 이런 지역 주도의 연구와 지역의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연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앞으로 재단에서는 ‘지역 기반 연구소(연구조직)’의 모델링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세 번째는 사회적경제 당사자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높일 수 있는 ‘자산화’ 과정의 조직과 핵심주체로의 참여이다. 지난 10년의 성장은 공공에서의 물적 기반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물적 기반이 심하게 흔들리고 변화하는 과정을 겪어 왔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당사자 중심의 공간과 기금을 갖출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세 가지 이슈 모두 짧은 시간에 목표를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라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준비할 계획이다. 또한, 재단은 노원에서의 10년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노원에서의 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23일 노원구청 소강당에서 갖은 ‘노원 사회적경제 10년 성과보고회’

김유숙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