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청년주거문제 해결의 새로운 민관협업 모델



 

지난 8월 23일부터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2021년 신규 청년 입주단체 모집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강북구, 도봉구, 성북구, 종로구에 위치한 총 4호의 주택에 각각 1개 청년단체씩 총 4개 청년단체가 입주하게 됩니다. 총 6호의 주택에 9개 청년단체가 입주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는 줄었지만, [함께살이 청년학교]라는 새로운 입주단체 선정방식을 도입하며 질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해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커스 기사에서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도입과정을 돌아보고, 그 의미와 특징, 앞으로 나아갈 방향, 그리고 올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는 ‘함께살이 청년학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 포커스 기사만 잘 정독하면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라는 아름다운 그림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깊이 와닿게 될 겁니다😀

 

 

서울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터무늬있는 시민출자기금의 만남

 

서울시는 2022년까지 서울시 내 빈집 1,000호를 매입해 임대주택 4,000호를 공급하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도심의 쇠퇴와 함께 기존 건물들이 노후화되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는 SH공사의 빈집뱅크처는 매입한 빈집을 활용해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임대주택, 도시재생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입니다. ‘시민출자에 기반한 청년주택 공급’이라는 터무늬있는집 모델에 주목한 빈집뱅크처에서 청년주택 공급에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터무늬있는집과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의 협업을 2019년에 처음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6월 성북구 정릉동에서의 첫 입주를 시작으로 관악구 봉천동, 강북구 삼양동, 강북구 미아동, 종로구 옥인동 등에 위치한 총 6호의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에 9개 단체가 입주하며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공급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빈집뱅크처에서 매입한 빈집 가운데 부지 특성상 신축을 하기에는 사업성이 부족하지만, 간단하게 리모델링을 거치면 청년들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을 후보지를 1차 선별합니다. ②SH공사와 터무늬제작소가 함께 후보지를 탐방합니다. ③SH공사는 사업성 및 법적 검토를, 터무늬제작소는 주거환경 및 지역활동 적합성 등을 검토한 후 함께 협의하여 공급대상지를 최종 결정합니다. ④각 대상 주택별 시민출자 보증금 지원 규모와 임대료 등등의 조건을 확정한 뒤 입주단체 모집공고를 합니다. ⑤미리 정해진 입주단체 선정 프로세스에 따라 최종 입주단체를 선정합니다. ⑥각 주택별 여건에 맞는 스케줄에 따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합니다. ⑦리모델링이 완료된 주택에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기금에서 보증금을 지원하고, 청년단체가 입주합니다. ⑧입주 이후 청년단체는 터무늬있는 청년 네트워크에서 다른 지역의 입주단체와 끈끈한 연결망을 형성하며 다양한 지역활동을 펼쳐나갑니다.

 

올해는 3월부터 5월까지 ①번 과정에 따라 선별한 10채 이상의 빈집을 ②번 과정을 통해 탐방하였고, ③번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4채의 공급대상 주택을 선정했습니다. 현재는 ④번 과정인 입주단체 모집공고를 진행 중이며, 올해 모집공고의 가장 큰 특징인 함께살이 청년학교를 통해 ⑤번 과정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후 ⑥번 과정을 거쳐 12월부터 내년도 상반기 사이에 ⑦번 과정인 입주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강북구 삼양동에 위치한 터무늬있는집 7호 전경

 

1인당 월 임대료 10만 원, 터무늬없는 소리가 현실이 되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가장 큰 특징은 1인당 약 10만 원 수준의 낮은 월 임대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주거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시민출자라는 민간(사회투자지원재단)의 자원과 빈집 활용이라는 공공(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한 덕분에 이렇게 낮은 수준의 주거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민관협업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빈집 매입비용과 리모델링에 들어간 공사비용을 기초로 하여 임대료를 책정합니다. 신축에 비해 건축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기에 기본적으로 임대료를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시민출자기금을 활용해 1호당 최대 5,000만 원까지 보증금을 지원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더욱 낮출 수 있습니다.

 

입주단체는 지원받은 시민출자기금(보증금)의 2%를 사회투자지원재단에 사용료로 납부하고, 나머지는 SH공사에 월 임대료로 납부합니다. 2020년에 공급한 총 6호의 주택을 분석해 보면 신축으로 공급된 터무늬있는집 7호(강북구 삼양동)를 제외한 모든 주택의 1인당 주거비(사용료+월 임대료)가 1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신축인 터무늬있는집 7호(강북구 삼양동)의 경우에도 1인당 주거비가 12만 5천 원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저렴합니다. 서울 시내에서 자취하는 청년들의 경우 최소 30만 원 이상의 월 임대료에 목돈인 보증금까지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파격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비전을 지원하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또 다른 특징은 입주자를 개인 단위가 아닌 공동체 단위로 선발하고, 개인의 소득이나 취약함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닌 공동체의 지역활동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는 것입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설립 초기부터 이러한 원칙에 따라 주택을 공급해왔는데,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공급 모델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SH공사가 터무늬있는집의 입주단체 선정 원칙을 파격적으로 수용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공공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경우 각 개인의 소득 수준 혹은 여러 사회적 조건의 취약함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증명하도록 하는 이러한 방식은 개인의 자존감을 낮출 뿐 아니라 낙인효과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청년층의 경우 열악함의 원인이 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거나 혹은 사회적인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기에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인 단위로 입주한 청년이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드러내며 다양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터무늬있는집은 초기부터 개인이 아닌 공동체 단위로, 소득이나 취약함이 아닌 공동체의 비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입주자를 선정해 왔던 겁니다.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한 13개 청년단체의 활동내용을 살펴보면 터무늬있는집만의 특별한 입주자 선정방식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단체는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명상(meditation) 단체는 지역의 활동가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열기도 하며, 청년주거운동 단체는 지역의 1인 청년가구를 위한 음식 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보호종료아동과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단체의 경우 터무늬있는집에 해당 대상자들이 입주해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그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많은 입주단체가 자치구별로 운영되고 있는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청년 당사자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입주 청년단체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

 

2020년의 입주단체 선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시민출자기금이 결합함으로써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주거비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9개의 입주단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공익적 활동을 할 청년단체를 제대로 선발하고, 그들의 활동을 충분히 지원하는 방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2020년에는 각 단체의 소개자료와 활동계획서, 공유공간 활용방안 등의 서류를 제출받아 심사하는 방식으로 입주단체를 선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서류만으로는 입주를 희망하는 단체의 지향과 활동성, 지속가능성 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청년들이 제출한 서류를 충분히 신뢰하지만, 서류상의 계획과 그것에 대한 실천의지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면대면(Face To Face)으로 만난다고 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천의지를 모두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킨십을 맺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면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터무늬있는집 공급 초기에는 지역에서 추천받은 청년단체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청년단체에는 터무늬있는집의 공급 목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고, 재단에는 각 청년단체를 지원할 적절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둘째는, 입주 이전에 충분히 교류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 입주 이후 터무늬있는집 입주단체로서의 주도성을 갖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일반적인 공공임대주택이나 단순히 주거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임대사업자와는 다릅니다. 어찌 보면 터무늬있는집은 주택을 매개로 청년들의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청년단체의 주도성입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스스로 자신들이 활동할 영역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입주 과정에서 터무늬있는집이 지향하는 지역활동과 이를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사회적 자본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터무늬제작소와 밀접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청년들의 바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입주 과정에서 상호이해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면 입주 이후에는 그러한 시간을 따로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입주과정이 중요합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내실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도전 ‘함께살이 청년학교’

2020년 입주단체 선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프로그램이 바로 [함께살이 청년학교]입니다. 함께살이 청년학교의 도입 목적은 우선 입주 과정을 통해 사업 주체(터무늬제작소와 SH공사)와 입주희망 단체간의 스킨십 및 상호이해도를 높여 해당 지역에 접합한 청년단체를 제대로 선발하는 것과 입주 과정 전반을 통해 입주희망 단체의 지역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함께살이 청년학교는 강의 2회차와 워크숍 2회차, 그리고 답사 2회차 등 총 6회차로 이루어지는 기본 과정과 최종 입주단체 선발 이후 별도로 진행하는 워크숍 1회차로 진행합니다. 강의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에 대한 소개와 단체 간 상호 소개, 그리고 단체설립 방법에 대한 실무교육으로 진행됩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에 입주하는 예비단체의 경우 1년 이내에 단체설립을 해야 하는데, 단체설립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단체설립 실무에 대한 강의를 개설하였습니다.

 

워크숍은 공동체 살이에 대한 사례를 듣고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동체 규약을 작성해 보는 시간과 청년단체가 살아가게 될 지역에 대한 탐구 방법을 배우는 ‘지역자원조사’ 방법론 강의를 통해 실제 활동계획서를 작성해보는 시간으로 진행합니다. 답사는 실제 입주하게 될 주택과 기존에 입주하여 살고 있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를 답사하고 입주 이후의 시간을 꿈꿔보는 시간입니다. 최종 입주단체 선정 이후 진행하는 ‘우리가 꿈꾸는 주거공간 그려보기’ 워크숍은 최종 입주지로 선정된 주택의 공간을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게 그려보는 시간입니다. 최종 워크숍의 결과물 가운데 리모델링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할 계획입니다.

 

이번 함께살이 청년학교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멘토링제’입니다. 기존에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해 살고 있는 청년단체 가운데 자원한 몇몇 대표자들이 멘토로 참여하여 교육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고, 실제 터무늬있는집 살이에 대해 궁금한 점을 리얼하게 전달하기도 할 예정입니다. 최종 입주단체 선발 과정에서는 전문가의 평가뿐만 아니라 멘토의 평가도 반영하게 되는데, 실제 입주자의 관점에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견이 될 것입니다.

 

 

주거문제인 동시에 주거문제가 아니기도 한 ‘청년주거문제’

 

이행기에 있는 청년들에게 주거문제는 단순히 집을 구하는 문제 그 이상의 것입니다.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들의 꿈을 자유롭게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이 청년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으로 시민출자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도 청년주거문제를 단순히 주거문제로만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꿈을 지지해주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안정감. 그것이 바로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이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총 7회차로 진행하는 ‘함께살이 청년학교’가 자칫 입주의 문턱을 높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를 언제나 기억하며, 청년들이 꿈을 더 잘 펼칠 수 있게 힘을 복돋우는 과정이 되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부설 터무늬제작소

연구원 성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