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에 드리워진 소멸의 그림자>
어가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빠른 고령화로 어촌지역의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어촌이 사라지게 되면,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 국경해역 감시의 취약 등의 수산업‧어촌의 공익적 기능이 위축되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어촌에 드리워진 소멸의 그림자, 농수축산신문, 2021.03.24)
위와 같은 배경에서 어촌을 다시 살리는 어촌어항재생활동이 해양수산부의 정책 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어촌지역의 특성에 따른 사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관련 뉴스레터: 어촌뉴딜 공동체활성화 가이드라인 수립연구 1탄)
이에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어촌어항재생사업 중 주민역량강화 과정이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 한국어촌어항공단과 함께 공동체 역량강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연구 기간 : 2021.07~2022.02)
※ 본 뉴스레터에는 가이드라인 전문이 아니라, 요약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
정책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재생사업은 기간에 따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주민이 아니라 관(행정)과 전문가 주도로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마을과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주민이 사업 진행 과정에서 소외되고, 이로 인해 사업으로 만든 공간이 방치되거나,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본 가이드라인은 어촌어항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주민 주도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고, 이를 위해 ‘주민참여와 리더십,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단계별 사업’이라는 3가지 범주로 가이드라인을 구성하였습니다.
또한, 위 3가지 범주는 총 5단계(준비, 진단, 계획, 실행, 평가 및 환류)로 구분되며, 어촌어항재생사업을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전 과정에서 주민, 지자체, 주민역량강화업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안내하였습니다.
<가이드라인 세부 내용>
준비 단계 :
어촌어항재생사업을 마을에서 꼭 해야하는 것인지 검토하는 단계
지역재생사업이 행정(관)의 성과주의로 인해서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추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준비단계의 추진 방향입니다. 이에 주민 리더가 어촌어항재생사업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이 단계에서 주민역량강화의 주요한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 리더와 주민들이 지역재생사업이 우리 마을에 필요한지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준비단계의 핵심 활동입니다.
(검토 회의 결과, 마을에서 어촌어항재생사업을 준비하기로 결정하면 진단단계로 넘어갑니다)
진단 단계 :
마을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나 관심사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사람이나 자원을 찾는 단계
지역재생사업에서 강화하고자 하는 주민역량을 ‘지역주민과 핵심 리더의 공동성장, 논의와 합의를 도출하는 역량, 사업을 추진하는 역량, 장기적 비전과 전략 수립 역량’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주민역량강화사업을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협동의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으로 설계하였습니다.
이 중 진단 단계는 지역의 필요와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함께 해결할 사람을 찾는 단계로써 전수조사를 통해 주민의 욕구와 필요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 사업(활동)입니다. 또한, 앞으로 지역재생사업을 함께 실행할 주체(지역협의체)를 구성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역협의체는 어촌어항재생사업을 정부 공모사업에 제안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합니다.
진단 단계 핵심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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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주민 전수조사 |
마을 주민 전체를 만나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어떤 점들이 필요한지 파악합니다. 전수조사는 주민역량강화업체와 주민이 협력해서 진행합니다. |
지역협의체 역할 홍보 및 참여주민 모집 |
어촌어항재생사업의 핵심 의사결정 단위인 ‘지역협의체’의 역할을 마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합니다. |
지역협의체 운영 약속 정하기 (팀빌딩) |
지역협의체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미리 약속합니다(예시 : 회의 일자, 모임 장소, 진행자, 기록자) |
마을 공동 비전(우리가 꿈꾸는 마을) 워크숍 |
주민 전수조사 결과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마을의 모습을 이야기해보고 정해봅니다. |
주민역량강화 부분 예비사업계획서(초안) 작성 및 마을공청회 |
주민전수조사, 마을공동비전 등을 통해 만든 예비사업계획서를 마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받습니다. |
(진단단계에서 예비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정부 공모사업에 제안하여 선정되면 계획단계로 넘어갑니다)
계획 단계 :
진단 단계에서 파악했던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보다 자세히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만드는 단계
어촌어항재생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다시 한번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약 1년 동안 기본계획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정부에 승인받고, 2년간 실행하게 됩니다).
계획단계에서는 진단 단계에서 발견하였던 필요와 욕구(의제)를 지역사회조사를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주민투표를 통해 이러한 의제 중 핵심 의제(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제로 이를 함께 해결할 주민 분과를 구성합니다. 주민 분과는 시범적으로 의제해결활동(소규모 리빙랩)을 하면서 실행 가능성을 고려한 실행계획서를 작성합니다.
계획 단계 핵심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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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조사 |
전수조사 때 나왔던 사람들의 의견들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지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며 진행되나, 주민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갈등 이슈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참여하여 진행합니다. |
지역핵심의제 (관심분야) 선정 |
지역사회조사 결과 중에서 마을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것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합니다. |
핵심 의제(관심분야)별 분과 구성 및 운영 |
주민투표로 선정된 핵심 의제(관심분야)를 실제로 같이 할 주민들을 모집하고 실행 계획을 만들어봅니다. |
핵심의제 시범사업 및 활동 (지역특화사업의 체험과 소규모 리빙랩) |
실행계획에 대한 주민 실행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소규모‧ 단기간으로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
어촌어항재생사업 선진 사례 학습 |
어촌어항재생사업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이해도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을 비전 또는 핵심의제와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으로 탐방하러 갑니다. |
주민역량강화 부분 기본계획 보고서(초안) 작성 및 마을공청회 |
지역사회조사, 핵심의제 시범사업 및 활동 내용 등을 예비사업계획서에 반영하여 기본계획 보고서(초안)를 작성하고, 마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받습니다. |
(지역에서는 계획단계를 마치고, 기본계획보고서를 작성한 후 정부로부터 승인받는 과정을 거칩니다)
실행 단계 :
핵심 의제를 해결하는 주민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주민들이 핵심 의제 사업 및 활동에 필요한 기술과 기능을 습득하는 단계
실행 단계는 본격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며, 주민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단계입니다. 물론 주민들이 지역사업과 활동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에 부족한 부분은 지역사회 관계망을 조성(관계기관과 협력 등) 하여 보완합니다.
한편,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기반으로 주민공동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정례적으로 회의를 하면서 관련 훈련과 기술을 습득합니다. 민주적 의사결정 역량은 향후 마을에서 공유 공간(거점 공간)을 공공성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실행 단계 핵심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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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어항재생사업 정보 공유 및 소통 창구 운영 |
어촌어항재생사업에 대한 주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하여 지역협의체와 핵심의제 분과 소식을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공유합니다. ※ 정보 공유 방법 예시 : 현수막, 게시판, 소식지 등 |
핵심 리더 양성 및 훈련 |
어촌어항재생사업 이후에도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주민리더를 양성합니다. ※ 주요 학습 주제(예시) : 회의 진행방식 이해 및 훈련, 촉진(퍼실리테이션) 기술과 기록정리 훈련, 사업계획서 및 제안서 작성 훈련 등 |
지역협의체 운영 정례화 |
지역협의체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주민, 공무원 등)과 사업 실행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해나가는 경험을 쌓아갑니다. |
분과활동 정례화 및 핵심 의제 관련 역량강화 |
핵심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과활동을 주기적으로 하며, 주민들이 지역특화사업에 필요한 기술 및 능력, 팀워크를 쌓아갑니다. 핵심 의제와 관련된 사업이나 활동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관련된 지역을 탐방하고 학습합니다. |
거점공간(공유공간) 운영 및 관리 |
어촌어항재생사업을 통해서 마을에 만들어지는 공간이 주민들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논의하고, 준비합니다 |
사회적경제조직 등 법인 설립과 관련된 교육과 훈련 |
민주적으로 주민공동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인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합니다. |
평가 및 환류 단계 :
어촌어항재생사업이 종료될 때 계획 단계에서 세운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 주민들과 함께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 단계
어촌어항재생사업과 같은 정책적인 사업은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어촌뉴딜사업의 경우 3년). 따라서 이 시기가 끝나면 재정 등 여러 가지 지원도 끝납니다. 따라서 어촌어항재생사업 종료 후(지원 이후)에도 지속해서 주민들이 공동체를 운영하고 발전시키려면,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다시 세우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평가 및 환류 단계 핵심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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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중심의 역량강화 최종보고회 개최 |
지역주민들에게 그동안 주민역량강화사업으로 해왔던 주민 활동/사업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
사업 평가와 과제 수립을 위한 합동 워크숍 |
어촌어항재생사업과 관련한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서 사업에 대한 성찰과 평가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사업 이후 어떻게 해나갈지 논의합니다. 핵심의제 사업 및 활동에 대해 어촌어항재생사업 종료 이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합니다. |
(필요시) 주민공동체 조직의 법인화 추진 |
주민공동체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경우, 마을에서 핵심의제 사업 및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단체의 법인화 과정을 추진합니다. |
전문 그룹과 협업 체계 구축 |
어촌어항재생사업 종료 이후에도 주민공동체가 필요한 전문분야의 자문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관계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합니다. |
점검 및 모니터링
어촌어항재생사업의 효과적인 진행과 실질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단계별(준비-진단-계획-실행-평가 및 환류)로 성과를 점검하고 조절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점검 및 모니터링은 ‘주민참여와 리더십,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단계별 사업’ 3가지 범주로 이루어집니다.
<가이드라인 활용과 한계점>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추구해야 하다 보니, 각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맞추어 활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또한, 자칫하면 지역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일원화시킬 수도 있어 주의해서 활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접목하려 하기보다, 재구성하며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가이드라인은 주민, 지자체, 주민역량강화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실행해야 하는 어촌어항재생사업에서 단계별로 주체별 역할을 안내함으로써 상호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어촌어항재생사업에 있어서 주민역량강화사업의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완성본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실제 지역에 적용하고, 평가하며 지속해서 보완되기를 바랍니다.